《동화은행이 퇴출된 지 만 6년. 당시 중산층이었던 동화은행 직원들은 현재 5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소득이 6년 전 임금보다 하락한 사람은 65.5%에 이른다. 정부가 제공한 재취업 교육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어 한국의 사회 안전망과 재취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 취재팀이 당시 만 28세 이상이던 동화은행 남성 직원 229명의 삶의 궤적을 직접 개별 인터뷰하거나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추적한 결과 나타난 것이다. 연락이 끊겨 직접 조사가 불가능한 직원과 인터뷰 거부자는 조사에서 제외됐다.》
동화은행은 1998년 6월 말 대동, 동남은행 등 다른 4개 은행과 함께 퇴출됐다. 이 여파로 당시 최상위 임금 근로자층에 속했던 직원 1500여명이 한꺼번에 직장을 잃었다.
취재팀이 조사한 229명은 소득을 기준으로 6년 전에 비해 △경제적 지위가 상승한 사람이 32명(14.0%) △현상유지 47명(20.5%) △하락 150명(65.5%)이었다.
특히 소득이 줄어든 150명 가운데 45명(20.5%)이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이들은 연간 소득이 1380만원 이하로, 전체 도시근로자 가구주 중 소득 최하위 20%에 해당된다.
취재팀은 퇴출 당시부터 2004년 6월 현재까지 소득 증가율이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소득 상승률(41.8%)을 초과한 이들을 ‘경제적 지위 상승’으로 분류했다. ‘현상유지’는 소득이 6년 동안 변화가 없거나 올랐어도 평균 상승률 이하인 경우이며 ‘하락’은 소득의 절대 액수가 줄어든 경우를 말한다.
재산변화를 살펴보면 현재 재산이 6년간의 소비자 물가상승률(21.1%)을 감안한 액수보다 줄어든 사람이 응답자 203명 중 161명(79.3%)이며, 재산이 없이 빚만 진 사람도 23명(11.3%)이나 된다.
당시 동화은행 노조위원장인 박선철씨(44·인쇄업)는 “연락이 끊긴 수백명의 직원들은 경제적인 형편이 열악한 이가 대부분”이라며 “퇴출 직원들의 실제 생활은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229명을 직업별로 살펴보면 비정규직이 84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규직 73명, 자영업 52명, 실업 20명 순이다.
또 이들 중 62명이 식당, 호프집, 옷가게, 오락실 등 자영업으로 전환했지만 50명(80.7%)이 실패했고 성공한 사람은 7명(11.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상유지는 5명(8.0%). 처음 문을 연 가게가 실패하면 2∼4회 또 다른 자영업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자영업 성공률은 5%에도 못 미친다.
노동연구원 이시균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퇴출된 화이트칼라 계층 가운데 상당수가 신 (新)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는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 현실과 맞지 않는 재교육 및 재취업 시스템, 전문직 근로자를 육성하지 못한 은행문화, 퇴출 근로자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 자영업에 대한 잘못된 환상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