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또래 친구들이 희생…” 검은 리본 애도
US오픈 3회전 에러 47개 쏟아내며 역전패
“개학을 맞은 내 또래 친구들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올해 윔블던에서 챔피언에 오른 17세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5일 뉴욕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794만달러) 마리 피에르스(프랑스)와의 여자단식 3회전에 출전한 그의 은색 유니폼 왼쪽 가슴에는 검은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조국 러시아의 한 학교에서 일어난 인질극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 이 리본은 테니스 라켓에 쓰이는 검은색 그립으로 만들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코트에 나선 7번 시드의 샤라포바는 27번 시드의 피에르스에게 1-2(6-4,2-6,3-6)로 역전패하는 이변에 휘말려 메이저 대회 2연속 우승의 꿈이 깨졌다. 더블폴트 14개를 포함해 47개나 되는 에러를 쏟아낸 게 패인.
조국을 떠나 미국 플로리다에서 고교에 다니는 샤라포바는 “내가 진 것은 조국에서 일어난 엄청난 비극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생방송을 통해 비극적인 소식을 접했다는 그는 “9월 첫째주는 학생들이 꽃을 들고 부모와 함께 학교로 가는 때인데 테러범들이 그걸 노렸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희생자들에게 슬픔을 전달하고 싶어 리본을 달기로 마음먹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샤라포바 뿐 아니라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 엘레나 데멘티에바 등 다른 러시아 출신 선수들도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애도를 표시했다.
한편 남자단식에서 4년만의 16강 진출을 노렸던 세계 랭킹 74위 이형택(삼성증권)은 세계 18위 안드레이 파벨(루마니아)과 2시간31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3(4-6,3-6,6-1,6-1,4-6)으로 졌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