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내년 말부터 자동차 창문 틴팅(통칭 ‘선팅’)을 단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1999년 이후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은 틴팅이 다시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틴팅 허용 기준을 선진국처럼 광선투과율로 해, 투과율 50∼70% 정도로 할 것이라고 한다. 그 정도 기준이면 최근 몇 년간 출고된, 1000만대가 넘는 차량이 대부분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틴팅 대란(大亂)’이 발생할 것이다.
틴팅은 지난 5년 동안 단속하지 않아 운전자들은 이를 합법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다 이제 와서 규제한다니 조령모개(朝令暮改)식 행정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상황이다. 무엇보다 ‘틴팅’을 무조건 나쁘고 위험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운전자들이 틴팅을 하는 데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에어컨 효율을 높이고, 햇빛을 차단해서 눈부심을 막고,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틴팅이 교통사고와 차량 범죄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이 규제를 정당화할 만한 근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출고된 차량은 대부분 좌석 옆 창과 뒷유리에 틴팅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고가 크게 늘었다는 말은 못 들었다. 틴팅을 하면 사고 시 유리 파편 비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틴팅을 한 차가 앞에 가면 운전자의 전방 시야를 가린다고 하지만, 승용차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대형차, 승합차 등이다. 경찰은 또 틴팅을 하면 차에 누가 탔는지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납치 범죄 등이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이 뒷좌석에 탄 사람까지 한눈에 알아 볼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야간에는 어차피 자동차 안이 안 보이는데, 그렇다면 납치를 막기 위해 야간에 실내등을 켜라고 할 것인가.
미국은 각 주(州)가 제각기 기준을 정해 과도한 틴팅을 규제하고 있다. 보통 앞좌석 좌우 창은 최소 투과율을 35∼50%로 하고, 뒷좌석 좌우창과 뒷유리는 20∼35%로 규정한다. 앞좌석 창을 더 밝게 하도록 하는 것은 주로 검문 경찰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보편화돼 있어 자동차에 총기를 갖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앞좌석 창의 투과율이 30%가 안 되면 경찰관이 면허증 제시를 요구할 때 운전자의 총기에 의해 희생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두는 것이다.
뒷좌석에 탄 어린이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선 진한 틴팅이 필요하다. 정계와 재계 요인들의 차는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틴팅을 할 필요가 있다. 파파라치에 시달리는 인기 스타들도 그럴 것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다목적 차량은 뒷좌석에 짐을 싣는 경우가 많아 역시 진한 틴팅이 필요하다.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예를 참고로 앞좌석은 35∼50%, 뒷좌석과 뒷유리는 20∼35% 정도로 광선투과율을 정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차량 내부가 전혀 안보일 정도로 진한 경우만 금지하면 되는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