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이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의 교회, 성당 등 종교시설 주변 도로는 몸살을 앓기 일쑤다.
종교시설측 요원들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인근 학교 운동장 등을 총동원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꺼번에 몰려드는 신자들의 차량 때문에 교통 혼잡과 주차난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종교시설과 인근 주민들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주변에서 최근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논란도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5일 오후 4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앞. 주민 100여명이 꽹과리 페트병 등을 두드리며 명성교회의 주차빌딩 신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12일째 계속 하고 있다.
5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앞 도로. 교회에서 짓고 있는 9층짜리 주차 빌딩 신축에 항의하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페트병과 꽹과리 등으로 소음을 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주일기자
이 교회가 인근 삼익가든아파트 담 옆 교회 땅에 지하 3층, 지상 9층, 연건평 7800여평 규모로 500여대 용량의 주차 빌딩을 지으려고 하자 아파트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 또 최근엔 인근 현대아파트 주민들도 시위에 가세했으며, 인근 명일LG아파트 주민들도 가세할 움직임이다.
명성교회는 신도가 7만여명으로 전국에서 5번째 안에 드는 큰 교회. 내년 말에 완공될 주차빌딩은 지상 1∼3층은 교육실 등으로 사용되며 나머지는 주차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삼익가든아파트 입주자대표 안창도씨는 “아파트 담에서 주차빌딩까지의 거리가 20m에 불과해 공해 소음 및 심각한 교통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주차빌딩 자리는 원래 일반 주택지이며 이를 주차시설로 용도변경한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명성교회측은 정당하게 정부의 허가를 받았으므로 주차빌딩 신축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명성교회의 황대연 기획실장은 “요즘 동네마다 주차난이 심해 정부에서 주차장 신설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래 이곳에 선교관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주차난 해소를 위해 설계 및 용도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교회측은 주차빌딩의 창문마다 알루미늄 창 가리개를 설치해 매연이 인근 지역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고, 주중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 안씨는 “지금도 예배시간 전후에 차를 몰고 외출하려면 5분 거리가 30∼40분은 족히 걸린다”며 “주차빌딩이 들어서면 여러 곳에 분산됐던 신자 차량들이 집중돼 교통 혼잡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