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이 싱은 노력으로 일군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인구 83만여명에 불과한 피지출신인 싱은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뒤 한때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에서 클럽 프로로 일하며 레슨과 골프용품 판매로 생계를 잇기도 했다. 82년 아시아투어에 첫 발을 내디뎠으나 85년 스코어카드를 바꿔 제출한 혐의로 투어에서 쫓겨났다. 결국 아프리카까지 흘러간 싱은 88년 나이지리아오픈에서 우승한 뒤 89년 유럽투어에 입성하며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싱은 스웨덴PGA챔피언십, 볼보오픈, 엘보스크오픈, 킹하산트로피, 안달루시아마스터스, 볼보저먼오픈 등에서 우승한 뒤 93년 PGA 투어에 진출했고 그해 뷰익클래식 우승으로 상금랭킹 19위에 올라 신인왕에 뽑히는 기쁨까지 누렸다.
싱은 2000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검은 피부에다 작은 섬나라 출신이라는 점, 과묵하면서도 때로는 공격적인 언행 등으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런 그가 ‘골프 황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피눈물 나는 훈련의 성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저택에 전용 체력훈련장을 갖춘 싱은 매일 3시간씩의 체력훈련으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상 없이 한해 30개 가까운 대회를 소화할 수 있었다. 싱의 성(Singh)은 힌두어로 ‘승리’라는 뜻.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