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과 제작간부, 시청자위원장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까지 정치적, 편향적으로 만들 생각인 모양이다. 국회에서 공개된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연주 사장은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반(反)개혁적 멘트가 많다는 부분에 대해 지적해 주면 시정하겠다”고 했고, 시청자위원장은 “너무 많이 들어서 왜 이러나 이럴 정도”라고 했으며, 라디오본부장은 “진행자의 미숙함 때문이 아니겠나 해서 그런 진행자는 이번 개편에 교체할 예정”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정 사장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개혁이고 무엇이 반개혁인가. 현 정부 시책에, 집권세력의 이념에, KBS 사장의 입맛에 가까우면 개혁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개혁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정부 시책을 무시하면서 자사(自社) 이익을 챙긴 정 사장은 개혁적인가, 반개혁적인가.
개혁의 잣대를 스스로 정하고 그에 따라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좌지우지하려는 정 사장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는 방송의 공적책임(제5조) 공공성과 공익성(제6조)을 규정한 방송법은 물론 ‘방송은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우리 사회 모든 계층의 다양한 의견이나 주장, 요구 등을 고루 반영할 수 있는 민주 여론의 장이 되도록 한다’는 KBS 방송강령의 위반이다.
라디오본부장의 발언도 납득되지 않는다. “토론하다 보면 개혁적인 사람들이 논리에 밀리는 경우가 있는데 진행자의 미숙함 때문”이라니, 개혁적 인사의 편을 들어야 원숙한 진행자란 말인가. KBS 시청자위원회 역시 운영 목적에 걸맞게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위원으로 구성됐는지, 공공성과 공익성 확보에 이바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KBS TV의 시사프로가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하다고 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석 달 전이다. 이제는 라디오프로까지 비슷한 정치적 편향성을 띠기로 작정한 것인가.
그렇다면 KBS는 공영방송이라 할 수 없다. 사장 및 사장 임면권자의 이른바 ‘개혁적’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내보낸다면 KBS는 국가기간방송 아닌 권력의 선전방송일 뿐이다. 국민의 세금과 다름없는 시청료로 방만한 경영을 계속하면서 국민의 전파를 함부로 이용하는 방송은 결코 공영방송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