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이념 세대 지역 계층으로 나뉜 채 대립을 거듭하고 있어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이 7일 자신의 정치 역정을 기록한 회고록 ‘나의 정치인생 반세기’ 출간을 계기로 오랜만에 정치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전 의장은 “최근 정국은 광복 직후 극심했던 분열과 혼란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며 “나라 위한 마음 하나만 갖고 머리를 맞대면 풀지 못할 일이 없는데, 위정자들이 당리당략에 얽매여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는 회고록을 낸 이유에 대해 “반세기 동안 직접 경험한 생생한 정치사를 들려줌으로써 후배 정치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 정신을 영원히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7대 총선에 불출마한 이 전 의장은 지난해 중반부터 회고록 집필에 몰두해 왔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7년과 8선 의원을 지내며 48년간 정치현장에서 보고 듣고 기록한 정치사를 되살리기 위해 수십년 된 사진 앨범을 일일이 뒤지고, 원고 쓰기와 교정 작업을 모두 직접 했다.
‘걸어다니는 정치사’로 불릴 정도로 수십년 전의 정치일화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이 전 의장이기에 회고록 내용도 방대하다.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파란만장의 가시밭길 헤치며 50년’이란 부제가 말해 주듯 광복 이후 한국정치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광복에서 독재,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부단히 변화해 온 현대사의 뒷얘기들은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다는 평이다.
그는 정치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1969년의 3선 개헌 반대를 꼽았다.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이후락(李厚洛)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형욱(金炯旭) 중앙정보부장의 퇴진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목숨 걸고 반대했다”며 “3선개헌을 둘러싼 권부(權府)와 정치권의 숨 막히는 긴장감을 회고록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말했다. 가장 의미 있는 일로는 국회의장을 두 번 지내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날치기 요구를 끝까지 물리친 것을 들었다. 회고록 출판기념회는 9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