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우리들 각자가 아버지가 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고 소화하느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유시민(柳時敏·사진) 의원은 7일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usimin.net)에 '나, 아버지, 과거사 그리고 국가정체성'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과거사 규명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유 의원은 특히 일부 인터넷 매체가 의혹을 제기한 '유시민 선친 일제하 교사, 백부는 면장' 설에 대해 "선친은 해방 직후 미군정이 교사 요원 공채를 했을 때 동양사 분야에 응시해 합격했고, 6개월 연수를 받은 후 당시 6년제였던 경주여중에 부임했다"며 "이때 최초로 교원 자격을 얻었고, 일제 때 교원경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백부와 관련해선 "면장을 지내신 백부(柳奭佑)는 1900년 생으로 평생 한학과 조선사를 연구하신 분"이라며 "학교는 다니신 적이 없으며 아흔이 넘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대구 경북 지역 대학의 국문과나 역사학 교수들에게 한문학 강의를 하셨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제가 보는 백부님은 '개명한 유학자'였다"며 "자유당 정권 시절 관직 제의가 있었는데 '내가 일제 때 면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어찌 그런 자리에 나설 수 있겠는가'라며 거절하신 일화가 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유 의원은 해당 인터넷 매체에 대해 "혹시 근거를 확보한 것이 있으면 밝혀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만약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 선친이 일제하 교사였다고 보도했다면 책임성있게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너무나 평범한 일생을 살다 가신 제 선친의 경력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제가 국회의원이고, 저에게 적대적인 정치세력이 있고, 지금 시기 친일진상규명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저마다 가슴 아픈 가족사를 지니고 있다"며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의 행위에 대해서 우리 세대는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민족의 현대사와 각자의 가족사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것을 '정리'하고 '소화'해야 한다"며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삶이며 나의 삶은 나의 삶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어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우리들 각자가 아버지가 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고 소화하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제는 친일파의 자식 여부가 아니라, 민족의 굴곡 깊은 현대사 속에서 그만큼 깊게 남은 가족사의 상흔을 치유하지 못한 채, 가까운 사람들의 과거 행적을 은폐하거나 정당화하거나 심지어 미화하려는 정치권과 언론계 일각의 불합리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의원의 '나, 아버지, 과거사 그리고 국가정체성' 全文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