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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출판계 돌풍… 탄생100년, 2만8000부 팔려

입력 | 2004-09-08 17:58:00

동아일보 자료사진


‘작은 키, 널찍한 어깨 위에 목이 없다시피 얹혀진 둥근 머리, 멀찍이 떨어져 있는 자그만 두 눈, 평생 동안 피워온 줄담배.’

최근 국내에서 발간된 평전 ‘덩샤오핑(鄧小平)’(황금가지)에 묘사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사진)의 ‘왜소한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 ‘작은 거인’이 독서계에 괴력을 내뿜고 있다. 22일 발간 직후부터 최대 하루 3000부씩 판매돼 7일까지 2만8000부가 팔려나갔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 온·오프라인 주요 서점 11곳의 판매량을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종합 6위에 올랐고 교보문고의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으로 한중관계에 긴장이 이어지는 시점에서 나온 이 같은 ‘덩샤오핑의 괴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중 오늘날 우리 사회가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등으로 이념 논쟁과 정쟁으로 바람 잘 날 없자 ‘인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치중한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적 정치 리더십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중국 문화혁명기에 자신은 숙청되고 아들도 불구가 되는 불운을 겪지만 그후 과거사에 매달리지 않고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해 오늘날과 같은 중국의 경제부흥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판평론가 한기호씨는 “미국에 필적할 만큼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을 이해하려면 ‘덩샤오핑 코드’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분석한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장은 “공허한 ‘사상의 리더십’이 팽배하던 시절에 덩이 제시한 ‘밥의 리더십’이 중국 대륙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하는 데 대해 독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