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4월 총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씨가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구속)에게서 받은 20억원의 성격 및 전달경위 등을 추궁했다. -변영욱기자
한솔그룹 조동만(趙東晩) 전 부회장(구속 중)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金賢哲)씨에게 4월 총선 당시 20억원을 준 것 외에 다른 정치인 3, 4명에게도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8일 전해졌다.
현철씨 변호인인 여상규(余尙奎)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 전 부회장이 다른 정치인들한테도 돈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주철현·朱哲鉉)는 조 전 부회장이 한솔엠닷컴(옛 한솔PCS) 주식을 처분해 얻은 1900억원에 대한 사용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부회장이 현철씨에게 20억원을 제공한 사실도 1900억원에 대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발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부회장의 자금에 대한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없다”며 “혹시 (돈 받은 정치인을)소환하게 되면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 변호사는 자신이 한 ‘현역 정치인 관련’ 발언과 관련해 기자들이 ‘근거가 뭐냐’고 묻자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가 질문이 이어지자 “조 전 부회장이 현역 의원이 아닌 현철씨에게 20억원을 줬다면 더 잘 알거나 힘 있는 다른 정치인에게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에서 한 얘기”라고 하는 등 한발 빼기도 했다.
현철씨가 조 전 부회장에게서 받은 20억원에 대해 여 변호사는 “현철씨가 조 전 부회장에게 70억원을 맡겨 놓고 구속된 1997년부터 사면되기 직전까지 30개월 동안 받지 못한 이자”라며 “원금 70억원에 대해 월 이율 1%(7000만원)로 계산해서 30개월을 곱하면 20억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검찰청사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밤늦게 귀가한 현철씨도 20억원의 성격에 대해 “받지 못한 이자”라고 주장하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