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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참사 3주년]核테러위협 어디까지

입력 | 2004-09-08 18:35:00


“불도저를 쓸 수 있는데 왜 도끼를 사용합니까?”

9·11테러 5년 전인 1996년. 오사마 빈 라덴이 9·11테러의 기획자인 할리드 모하메드에게 한 말이다. 모하메드가 폭탄을 가득 실은 경비행기를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에 충돌시키자고 제안했더니 빈 라덴이 이렇게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2002년 3월 파키스탄 당국에 체포된 모하메드는 최근 수사관들에게 이렇게 진술했다.

모하메드는 “불도저란 말은 핵시설을 공격하거나 핵 테러 공격을 가하는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활용하자는 얘기였다”고 덧붙였다.

알 카에다 같은 거대 테러조직은 이미 핵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카에다 간부 요원으로 활약하다 체포된 술탄 바시루딘 마무드는 “알 카에다는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운동단체로부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얻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전했다.

▽테러리스트의 최종 목표는 핵=테러조직들은 끊임없이 핵무기를 수중에 넣으려고 노력해 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된 문서들은 알 카에다가 상세한 핵무기 개발 지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01년 10월 대학생들도 공개된 자료를 보고 초보적인 핵무기를 설계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 장벽도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파키스탄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핵 암시장’을 운영해 온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핵 테러에 대한 우려는 더 이상 공상 속의 얘기가 아니다.

여기에다 소련이 와해될 때 흘러나온 핵물질이 누구 수중에 들어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러시아는 1997년 007가방 크기의 소형 핵무기 132기 가운데 84기가 분실됐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핵 테러의 가공할 만한 파괴력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예컨대 테러리스트가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10킬로t(TNT 1만t과 맞먹는 파괴력) 핵폭탄 1기를 터뜨리면 뉴욕시민 100만명이 사망한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13킬로t이고,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은 22킬로t의 위력을 갖고 있었다. 당시 20만여명이 즉사했고 수십만명이 각종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사망했다.

김태우(金泰宇)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핵무기 개발에는 대규모 시설 및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대 자본과 조직을 가진 알 카에다나 일본의 옴 진리교 등 일부 테러 조직만이 제조할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테러조직들도 국제화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같은 장벽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핵 이외의 생화학 테러는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1995년 3월 일본 옴 진리교 신자들이 도쿄 지하철에 독가스 ‘사린’을 살포해 12명이 숨지고 5000여명이 중독됐다. 또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에서 발생한 ‘공포의 백색가루’인 탄저균 테러로 4명이 숨지고 10여명이 치료를 받았다. 생화학 테러는 소량으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고 제조가 쉽다. 특히 운반이 쉽기 때문에 사전 방지나 사후 조치가 어려워 핵 테러만큼이나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테러리스트와 불량국가들=9·11테러라는 상상을 초월한 공격을 접한 미국은 WMD를 이용한 테러 방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미 안보담당자들은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손에 넣을 경우 선박 등을 이용해 미국으로 반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의 핵개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들 국가가 개발한 핵물질이 테러범에게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9·11테러 이후 “우리 자손들을 위해 세계의 가장 위험한 지도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를 지니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독재국가가 WMD를 개발하거나 테러조직과 끈을 맺는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다.

그런 다짐의 결과물이 WMD 확산방지구상(PSI).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제안해 시작된 PSI는 협정 참여국들이 WMD와 관련물자의 거래가 의심될 경우 항공기와 선박의 자국 영공 및 영해 통과를 저지하고 현장에서 물자를 압수한다는 것.

그러나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핵 테러리즘’이라는 최근의 저서에서 “당면한 위협은 핵 테러”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는 회원국들조차 아무런 제재 없이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전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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