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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與野 입장]‘반국가단체 정부僭稱’조항 싸고 격돌

입력 | 2004-09-08 18:44:00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에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폐지 후 형법 보완’으로 사실상 당론을 확정하고 형법 보완 작업에 들어간 반면 한나라당은 폐지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조만간 당 차원의 국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기 때문이다.

▽가속도 내는 열린우리당=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8일 우윤근(禹潤根) 의원에게 9일 열리는 의원총회에 보고할 형법 보완 시안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또 국보법 폐지에 반대해 온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은 이날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 폐지론자들과 만나 “당론으로 확정될 경우 국보법 폐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국보법과 관련된 당내 논란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우 의원이 마련한 시안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예상되는 법률 공백을 형법상의 내란, 외환죄로 보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보법 제2조 ‘반국가단체의 정부 참칭(僭稱)’ 조항은 삭제하되 이를 형법상 외환, 내란죄 중 간첩죄, 이적죄, 예비 음모죄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현행 헌법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형법상 ‘적국’ 개념에 북한이 포함될 수 있도록 북한을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지휘통솔 체제를 갖춘 단체’로 정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국보법 7조 5항 이적표현물 규정과 10조(불고지죄)는 삭제하는 데 별 이견이 없는 상태다.

이 밖에 형법의 내란죄를 보완해 국헌 문란을 위한 폭동 행위뿐 아니라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선전 선동 등 각종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북한으로부터 금품을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보법 5조 금품수수의 경우 현행 형법에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내란, 외환 목적의 단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행위에 대해 징역 7년 이하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물러서지 않는 한나라당=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의 핵심인 국보법 2조 ‘반국가단체의 정부 참칭 조항’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헌법 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이 명시돼 있는 만큼 북한은 대한민국 정부를 참칭하는 단체로서 반국가단체가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인권 침해 논란을 빚어 온 ‘독소 조항’에 대해선 구성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하거나 일부 조항은 삭제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국보법 7조 찬양고무죄의 경우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란 문구는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라고 고쳐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현행 조항이 너무 모호해 인신 구속이 남발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7조 4항의 허위사실 날조 및 유포 조항은 삭제하고 찬양 고무 관련 법정형도 전반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10조 불고지죄의 경우 적용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범죄 혐의를 인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신고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대목이 반인륜적인 데다 무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민법상 친족범위에 있으면 형을 면제하고 그 외의 친척에 대해선 감면하는 방향의 개정안을 이미 마련해 놓았다.

::참칭(僭稱)::

사전적 의미는 ‘제멋대로 스스로를 임금(정부)이라고 일컬음’이다. 국가보안법 2조는 정부를 참칭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2조에 따르면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위가 없더라도 스스로를 ‘정부’라고 부르기만 해도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