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의 군 원로들은 8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의 386 의원들에게 “북한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보법 폐지는 있을 수 없으며, 국보법은 체제 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법”이라며 폐지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 ‘아침이슬’ 모임 소속인 우원식(禹元植) 유승희(兪承希) 선병렬(宣炳烈) 이상민(李相珉) 한광원(韓光元) 노영민(盧英敏) 의원 등은 이날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국보법 개폐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원로들은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상훈(李相薰) 재향군인회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는 냉전이 종식됐지만 한반도에서도 냉전이 종식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라며 “북한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강영훈(姜英勳) 전 국무총리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국보법을 놔두라고 하는데 왜 자꾸 없애려 하느냐”면서 “북한이 노동당 규약에서 공산혁명을 통한 통일을 규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보법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 폐단을 없애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강 전 총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악법은 지키지 않으면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데 여러분들이 가서 충고해 달라. 악법도 법이며 이를 지켜야 한다. 국가원수로서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통령 말씀처럼 국보법은 ‘칼집에 들어가 버린’ 상황”이라며 “현 정권이 모든 문제를 한반도에 국한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세계를 보고 국가를 운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예비역 소장으로 경희대 부총장을 지낸 김점곤(金點坤) 평화연구원 원장은 국보법의 악용 우려에 대해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에서 국보법을 악용했을 뿐 이후에는 악용을 할 수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다”면서 “(국보법 폐지가) 김정일(金正日)을 (서울에) 오게 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향군 안보연구위원인 정창인(鄭昌仁) 박사는 ‘아침이슬’이라는 모임 명칭에 대해 “이 노래는 1970년대 운동권에서 많이 불렸던 노래로 알고 있다”며 “이미 나라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데도 어떤 체제에 저항하던 모습에 매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우원식 의원은 “인권탄압의 상징인 국보법은 폐지하고 필요한 것은 형법에 담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광원 의원은 “이제는 우리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국가안보 체계를 세울 수 있다. 우리를 믿고 맡겨 달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