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내 오른발은 데이비드 베컴과 동급”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이천수(23·사진).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한여름 무더위처럼 답답하게 진행되던 8일 베트남과의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7조 경기. 후반 초반 어이없는 자책골로 궁지에 몰린 한국의 숨통을 튼 것은 바로 이천수의 발이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취임한 이후 처음 국가대표팀에서 A매치에 나선 이천수는 1골 1어시스트로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이 결승골은 이천수의 전매특허. 평소 대표팀의 코너킥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이천수는 결코 가깝지 않은 25m 거리에서 허를 찌르는 직접 슈팅으로 ‘프리킥의 귀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천수는 “베트남제 볼과 잎이 넓은 떡잔디에 채 적응이 되지 않은 데다 중앙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상외로 힘들었다”며 “프리킥만큼은 꼭 차고 싶었고 차는 순간 감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이날 활약으로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본프레레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프리메라리가에서의 활약에 대한 의구심을 날려버린 것.
최근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데포르티보 누만시아로 임대된 이천수는 재치 있고 빠른 플레이가 살아나 올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천수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선 한국의 8강행을 이끌며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아테네 10대 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