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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친일규명법 개정안 상정…黨政 “속전속결”

입력 | 2004-09-08 23:50:00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8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이를 둘러싼 여야 대치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16대 국회 때인 올해 3월 여야 합의로 통과한 제정안을 시행도 하지 않고 전면 개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개정안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당 개정안이 이미 행자위에 상정된 만큼 한나라당 자체 개정안을 만들어 ‘논리전’을 펼치기로 방침을 정해 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은 속전속결로 나오고 있다. 제정법이 발효되는 23일까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합법적으로’ 제정법 시행 압력을 가해 올 것이고 이를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23일 본회의 통과를 위해선 국회법상 늦어도 17일까지는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개정안 상정-공청회-대체토론-법안심사소위원회 등의 절차를 줄줄이 거쳐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도 “23일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고 실토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행자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13일에 공청회와 대체토론을 모두 끝내자”거나 “개정안을 지금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기자”는 묘안을 내놓기도 했다.

공포 후 3개월로 돼 있는 개정안 발효 시점에 대해서도 강창일(姜昌一) 의원은 “공포 즉시 발효하도록 바꾸자”고 급한 마음을 드러냈다.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도 “‘공포 즉시 시행’을 부칙에 명시해 주면 어려움을 덜 수 있다. 관련 예산 540억원이 예산심의에서 반영되지 못하면 내년도 예비비에서 신청할 수도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되며 알아서 집행하겠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잰걸음에 한나라당이 보조를 맞춰 줄지 불투명한 데다 법안 내용도 행자위 장인식(張仁植) 수석전문위원이 문제점을 잔뜩 지적할 정도로 정교하지 못해 심사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후손들에 대한 기본권 침해 소지 등 법적인 문제는 법사위 등 고비마다 지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이날 개정안 상정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국민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조사 대상이 수백만 수천만명까지 넓어질 수 있는 등 지나친 재량이 부여됐다”며 ‘헌법파괴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시행을 앞둔 법을 고치는 것은 태아를 성형수술하자고 칼을 대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박기춘(朴起春) 의원은 “16대 때 통과된 제정법은 야당 때문에 누더기 법안이 됐기 때문에 발효되기 전에 개정하는 게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는 길”이라며 “역사와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반드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