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집 분위기. 선수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현대와 두산이 맞붙은 8일 잠실구장. 한국시리즈 직행을 다투는 상위권 팀의 맞대결로 흥행카드였지만 운동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병역 비리에 연루된 두산 선수 5명과 현대 선수 4명이 경기 직전 서울경찰청에 출두했기 때문.
이들 가운데는 주전 내야수 1명씩이 끼어 있었지만 구멍이 난 수비 공백을 메우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위기를 맞았지만 야구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흐트러지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 현대 김재박 감독 역시 “다 큰 선수들이 흔들리기야 하겠느냐”면서도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관중석에는 ‘경기장의 꽃’이라는 치어리더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양 구단이 자숙하는 의미에서 응원단을 내보내지 않은 것. 관중은 시즌 평균 679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71명.
이런 가운데서도 두산 박명환은 7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뺏으며 5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해 현대 정민태와의 선발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박명환은 평균자책을 2.48로 더욱 끌어내렸고 탈삼진은 158개로 ‘닥터K’ 타이틀을 사실상 예약했다.
현대는 2-3으로 추격한 9회 말 2사 2루에서 전준호가 안타를 터뜨렸지만 두산 좌익수 전상렬의 빨랫줄 같은 홈 송구에 2루주자 정수성이 아웃돼 동점 기회를 무산시켰다.
이로써 두산은 삼성 현대와 나란히 63승 고지에 올랐다.
청주에선 기아가 한화와의 연속경기를 모두 쓸어담으며 대구에서 삼성에 1승1무를 기록한 SK와 함께 공동 4위로 점프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