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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체험여행]전남 구례읍 ‘다무락마을’

입력 | 2004-09-09 16:53:00

돌담길이 정겨운 전남 구례읍 다무락마을에서는 벌써 배와 감, 밤이 영글어간다. 9, 10월 이 마을에 찾아가면 밤줍기와 배, 감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지리산 아래 이백리 길을 굽어 흘러내리는 섬진강. 그 강을 내려다보는 전남 구례읍 계산리 다무락마을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봄부터 여름까진 매화꽃을 시작으로 배, 밤, 감꽃이 마을을 온통 수놓는다. 가을 문턱을 훌쩍 뛰어넘은 요즈음에는 봄철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꽃들이 어느새 탐스럽게 열매를 맺고 사람들을 반긴다.

이곳에서는 토실토실 영근 밤 줍기, 따가운 햇볕을 받아 달디단 배나 감 따기 등 가을 열매 따기뿐 아니라 황톳물로 가을빛 물들이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다무락마을은 상유, 중유, 하유마을로 나뉘어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하유는 섬진강을 마당처럼 거느리고 있고 중유는 과수나무로 뒤덮여 있다. 반면 상유마을은 산간오지마을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을 초입엔 황톳빛으로 가을 물을 들이는 ‘황기모아’가 자리하고 있다. ‘황토의 기를 모은다’는 뜻을 가진 이곳은 7년 전 폐교된 계산분교를 개조하여 황토염색을 하는 곳.

아담한 운동장에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노르스름하게 물든 황토천이 죽 늘어서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황순원 소설 ‘소나기’가 떠오른다. 세상을 떠나기 전 소년의 등에서 묻은 황톳물이 남아있는 옷을 입혀 달라고 했던 소녀의 바람…. 그 순수하고 애절한 사연이 가을바람에 펄럭이는 천 자락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다.

○ 손까지 곱게 물들이는 황토

폐교를 개조해 만든 ‘황기모아’의 아담한 운동장에 황토염색을 한 천들이 죽 늘어서 있다.

운동장 한가운데엔 10m가량의 미니 철로가 놓여있다. 철로 입구에는 건널목 차단기까지 있어 시골 간이역 같다. 철로 뒤편엔 빨강, 노랑, 파랑 등 색연필 모양으로 깎은 키 낮은 나무토막들이 조르륵 세워져 있어 정감을 더해 준다.

이곳에선 면이나 실크 소재의 흰 옷이나 천을 가져오면 무료로 황토염색체험을 할 수 있다. 이물질이 있으면 얼룩이 지므로 미리 삶아 오는 것이 요령.

하얀 천에 황톳물을 들이는 과정은 품이 많이 든다. 먼저 깨끗하게 걸러낸 황토를 물에 풀어 이물질을 걸러내는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해야 한다. 그런 다음 햇빛에서 1주일, 그늘에서 1주일 발효시켜야 비로소 염색제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황톳물은 그림물감을 풀어놓은 듯 황토 입자가 전혀 만져지지 않는다.

이 황톳물을 따뜻하게 데운 후 염색할 천을 담근다. 이때 한 번에 다 담그지 않고 조금씩 담가 황톳물이 올 속까지 골고루 스며들도록 빨래하듯 오랫동안 정성껏 주물러 준다. 천에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바닥에 힘껏 내리치는 치대기 작업을 한 후 햇볕에 널어 말린다. 이 과정을 다섯 차례 이상 반복해야 비로소 염색작업이 끝난다. 황토염색을 하다 보면 손에도 황톳물이 들어 자연스럽게 황토마사지를 하는 셈. 그래서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한 번 염색해 말리는 데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한 번 염색에 그치는 이들이 많지만 제대로 염색된 완제품을 원할 경우에는 이곳에서 여러 번 염색과정을 거쳐 택배로 보내준다. 비용은 한 점당 5000원.

○ 가을이 익는 마을

염색한 천을 마당에 걸어놓고 다무락 마을을 둘러보자. 다무락은 담을 지칭하는 전라도 사투리. 주먹만한 돌을 쌓아 올린 돌담과 그 돌담을 타고 내려온 호박넝쿨이 정겹다. 황기모아에서 나와 가파른 언덕배기를 올라가면 길 양 옆으로 밤나무 배나무 감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주민 95%가 오로지 과일나무만 가꾼다.

이곳에선 속이 꽉 찬 고소한 밤 줍기와 아삭아삭 단물이 시원한 배 따기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10월 말경이면 발그스름한 단감 맛도 볼 수 있다.

배를 딸 때는 아래로 잡아채는 것은 금물. 가지가 상하거나 배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 배를 감싸 쥐고 위로 살짝 올리면 꼭지가쉽게 떨어진다. 4인 기준 한 가족당 5kg까지 가져갈 수 있다.

마을 안에는 50여전의 시골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된 마을 쉼터도 있다. 잔풀이 깔린 마당에서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지어먹는 대통밥 체험도 인기다. 대나무의 그윽한 향과 기름진 쌀, 여기에 나만의 손맛이 곁들어져 입과 마음이 모두 즐겁다.

저녁에는 또 다른 맛이 기다린다. 초가 앞마당에 모여 함께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이나 감자를 구워 먹는다. 노릇노릇 구워지며 ‘탁탁’ 밤 껍질 터지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너른 마당에서 미니활쏘기 대회도 열린다. 대통밥이나 활쏘기 등은 방문객이 20명가량 돼야 할 수 있다.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초가집을 빌려 주기도 한다.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떠나볼까▼

1.구례도착→황토염색체험(061-783-5515)→다무락마을(011-9625-1025) 가을열매 따기 체험(1인당 3000원)

2.초가집에서 대통밥 지어먹기(1인당 8000원)→군밤 구워먹으며 놀이하기→초가집 숙박(1인당 1만원)

3.이른 아침 섬진강 물안개 산책→지리산 화엄사 등 인근 관광지 둘러보기→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