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에 있는 144개의 분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삼손분수. 궁전에는 20여개의 궁과 7개의 공원이 있다.
40여개의 섬, 380여개나 되는 교량. 동토의 대륙에서도 북극권 근방(북위 60도)의 네바 강 하구(발트해 연안)에 건설된 러시아의 옛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다.
겨울이면 얼음바다에 둘러싸여 고립되는 표트르 1세(1672∼1725)의 제정 러시아에 이 도시는 ‘유럽으로 열린 창’이었다. 이 강의 얼음은 쇄빙선으로 뚫을 수 있어 발트 해를 거쳐 북해를 경유,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 그래서 표트르1세는 스웨덴을 침공, 이 강과 땅을 빼앗고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1712년의 일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풀코보 공항에 밤 10시에 내렸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을 출발한 지 꼭 9시간10분 만이다. 한밤중일 시각이지만 이곳은 아직 환한 대낮이다. ‘백야’(白夜)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어두워지려면 두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넓은 도로, 대형 건축물…. ‘물의 도시’라고 들었지만 평범한 첫인상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 있는 엄청난 인류 문화유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야경. 40여개의 섬에 380여개의 교량으로 이뤄진 도시를 흐르는 강은 발트해로 들어가는 네바강이다.
호텔이 마련한 백야 투어를 따라나섰다. 자정에 출발해 오전 2시에 돌아오는 투어는 일루미네이션(조명장식)된 곳만 버스로 돌아본다. 그 백미는 한밤에 들어올리는 다리다. 대형선박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인데 수천명이 이 광경을 보러 밤나들이를 한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이곳 여행자에게 ‘참새 방앗간’이다.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전시물이 300만점, 125개나 되는 전시실의 동선 총연장이 27km나 된다.
이 박물관에 가거들랑 2층부터 찾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그림 2점)를 비롯해 고흐 렘브란트 미켈란젤로 마티스 칸딘스키 등 교과서에 나오는 거장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삭 성당은 물 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징이다. 늪지의 무른 땅에 지어올린 높이 105.5m(30층 규모)의 건축물이기에 그렇다. 기초공사에 길이 6m의 쇠말뚝만 2만800개를 박아 넣었단다. 하중에 관한 지식이 미흡했을 19세기 초반(1818∼1858년)에 이룬 대역사다.
이삭 성당을 등지고 서있는 청동 기마상. 데카브리스트 광장이다. 러시아의 문호 푸슈킨의 시 ‘청동의 기사’에 등장하는 표트르 대제다. 이 동상은 계몽전제군주로 칭송받는 예카테리나 2세 여왕(1729∼1796)이 표트르 대제의 통치 100주년을 기념해 헌정한 것이다.
시내에서 30km가량 떨어진 도시 외곽에 있는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은 그 규모와 화려함으로 압도한다. 20여개 궁과 144개 분수, 7개의 공원…. 걷는 데 서너 시간이나 걸리는 가로수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분수 가운데는 스웨덴과 전쟁에서 거둔 승리를 기념한 삼손분수가 최고 걸작이다.
이 도시의 유적은 이외에도 많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기 건축물인 페트로 파블스키 요새, 모스크바에 있는 볼쇼이 극장과 함께 러시아 최고로 손꼽히는 마린스키 극장 등등. 상점과 식당 등 볼거리는 4.5km나 이어지는 네프스키 대로(大路)주변에 있다. 마지막 팁 하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진분홍 노을은 꼭 한 번 감상해 보자.
상트페테르부르크로는 대한항공이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직항편을 주 3회(화 목 토요일) 운항한다. 1588-2001
글·사진=천세리 프리랜서 트래블 라이터 www.1000s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