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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악기, 영창 인수 무산될듯…공정위, 매입지분 매각 지시

입력 | 2004-09-09 17:48:00


국내 피아노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익악기와 영창악기의 기업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판정에 따라 무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익악기는 3월 취득한 영창악기의 지분 전량을 1년 이내에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여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 무산=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전원회의를 열고 독점 형성을 이유로 삼익악기와 계열사인 삼송공업이 3월 취득한 영창악기의 지분 48.58%를 1년 이내에 전량 매각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또 기업결합 이후 삼익악기와 계열사가 영창악기에서 매입한 핵심기계 설비도 3개월 이내에 영창악기측에 재매각하도록 했다.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92%(2003년 업라이트 피아노 기준)를 차지해 사실상 독점이 형성돼 가격 인상 등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현행 법규에는 퇴출 우려가 큰 회생 불가능한 회사와 효율성이 큰 산업 등에 대해서는 독점적 지위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영창악기의 기업결합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공정위 장항석(張恒碩) 독점국장은 “영창악기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데다 구조조정 이후 공장가동률이 상승하는 등 회생 불가 회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삼익악기 외에도 영창악기를 인수하려는 제3자가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경쟁 제한적인 독점 상황을 막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회생 막는 결정’ 반발=삼익악기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국내 피아노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을 가로막는 결정이라며 이의신청과 소송 등을 준비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중고품 시장까지 포함하면 양사의 시장 점유율이 30%에 불과한 데다 일본과 중국 등의 외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추세”라며 “40년간 국산 브랜드를 지키며 회생의 길을 걷고 있는 중소기업간 기업결합을 불허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 결합을 허용하는 등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40년간 국내 피아노 시장을 양분해 온 삼익악기와 영창악기는 지난해 국내 ‘업라이트 피아노’ 시장의 92%, ‘그랜드 피아노’ 시장 64.4%, ‘디지털 피아노’ 시장 63.3% 등을 차지하고 있다고.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