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바닥에 군데군데 기워놓은 청 테이프. 선수들이 손에 바르는 왁스 때문에 생긴 얼룩을 닦지 않아 바닥 전체가 지저분한 경기장. 수용 관중 1000명의 협소한 규모. 9일 2004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 대회가 열린 대구시민체육관 핸드볼 경기장은 그 동안 국내 핸드볼이 받았던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핸드볼 경기장이 이날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신생팀인 인천의 효명종합건설과 대표선수들이 즐비한 ‘호화군단’ 대구시청과의 여자부 경기. 좌석은 일찍부터 가득 찼다. 대구 성명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 280여명과 중앙경영정보고 1, 2학년 600여명이 단체관람을 왔다. 효명종합건설 응원단 50여명과 선수 가족, 일반시민 100여명도 함께 했다. 자리가 모자라 서서 보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 내내 학생들이 내지르는 높은 톤의 함성과 응원 소리로 떠들썩했다.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효명종합건설 임영철 감독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95년 이후 국내 경기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왔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 실업팀이 8개나 됐지만 97년 금융 위기로 팀이 해체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실업팀 수는 여자부 5개, 남자는 3개 팀.
경기가 끝난 뒤 대구시청의 주 공격수 허순영은 사인을 해달라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학생들은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에 스타들의 모습을 담느라 바빴다. 허순영은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관중이 보는 가운데 경기한 것은 정말 오랫만이다”라며 “성원에 너무너무 감사한다”고 거듭 말했다. 소명여중의 이정언양(16)은 “핸드볼 경기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인데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단체 관람 온 학생들이 모두 빠져 나가자 경기장은 썰렁해졌다. 두 번째로 열린 삼척시청과 부산체육회 경기의 관중은 200명 남짓.
실업핸드볼연맹 이사를 맡고 있는 대구시청의 이재영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경기를 보고 싶으니 경기 시간을 저녁 시간대로 할 수 없냐는 직장인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방송중계 일정 때문에 경기 시간을 바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녁시간에 경기를 했더라면 훨씬 많은 팬이 체육관을 찾았으리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
2004아테네 올림픽이 꺼져가던 핸드볼의 불씨를 다시 살렸다. 그러나 이 불씨를 어떻게 활할 타는 불꽃으로 키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대구=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