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아테네올림픽 역도 여자 75kg이상급에서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친 장미란. 하지만 그녀는 “이제 아쉬움은 다 털었다”며 8일부터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영한기자
2004아테네올림픽 역도 여자 75kg 이상급에서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치며 아쉬운 은메달에 머물렀던 장미란(21).
장미란과 오승우(46) 역도여자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이야기가 나오면 금메달을 딴 탕궁홍(25·중국)과의 피 말렸던 장외심리전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달 21일 그리스 아테네 역도경기장. 인상경기가 끝났을 때 장미란은 130kg, 탕궁홍은 122.5kg을 기록 중이었다. 남은 것은 용상 3번의 시기. 시기별 경기시간은 1분. 선수들은 각 시기별로 들어올릴 중량을 운영본부 측에 미리 신청해야한다. 오 감독과 장미란은 용상 1차시기를 앞두고 신청 중량을 3차례나 수정했다.
장미란은 인상에서 탕궁홍보다 7.5kg을 앞선 상태. 오 감독은 탕궁홍이 용상 1차시기에서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장미란보다 무조건 7.5kg 무거운 중량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미란이 실제 들어올리려고 마음먹은 중량은 165kg. 그렇지만 처음에는 운영 본부 측에 155kg을 적어 냈다.
탕궁홍이 장미란의 신청무게를 알아본 뒤 중량을 정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155kg보다 7.5kg 무거운 중량은 162.5kg. 탕궁홍이 이 무게를 신청하면 장미란은 경기 직전 재빨리 신청 중량을 165kg으로 바꾸려 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장미란은 탕궁홍과의 합계(인상+용상)격차를 더 벌려 2, 3차 시기에서 한층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탕궁홍은 장미란의 신청 중량 165kg을 정확히 예측하고 172.5kg을 적어냈다. 이에 오 감독은 다시 160kg으로 신청 중량을 수정했다. 이를 보고 탕궁홍이 무게를 다소 낮추길 기대했던 것. 172.5kg은 탕궁홍에게도 힘겨운 무게였기 대문이다. 하지만 탕궁홍은 요지부동.
결국 오 감독과 장미란은 165kg으로 신청 중량을 3번째 수정했다. 172.5kg과 160kg으로 경기가 진행돼 두 선수 모두 성공할 경우 합계에서 오히려 장미란이 뒤지기 때문에 165kg으로의 수정은 필수적이었다.
탕궁홍은 용상1차시기를 실패했다. 장미란은 성공. 용상 2차시기까지 장미란은 합계 10kg까지 더 앞서나갔다. 그러자 탕궁홍은 마지막 시기에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 182.5kg을 신청했고 자세 논란은 있었지만 금메달을 가져갔다.
장미란은 “이제 아쉬움은 다 털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히려 “동료선수들과 저녁마다 김밥과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던 일이 너무 즐거웠다”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장미란은 8일 오후 다시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훈련을 재개했다. 그는 벌써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