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개방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농민과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열 계획이어서 공권력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 공무원노조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우리 쌀 지키기 식량주권수호 국민운동본부’는 10, 11일 전국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연다.
국민운동본부는 10일 전국농민회 주도로 서울을 비롯해 경남 진주와 의령, 전남 고흥과 나주 등 전국 100여곳에서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과 우리 쌀 지키기 식량주권수호 100만 시군대회’를 개최한다.
진주와 전북 정읍 행사에는 프랑스 농민지도자 조세 보베 등 국제참관단도 참석할 예정이다.
농민운동가인 이경해씨는 지난해 WTO 각료회의가 열렸던 멕시코 칸쿤에서 ‘WTO가 농민을 죽인다’고 항의하며 자결했다.
또 11일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식량주권수호 WTO, DDA반대 범국민대회’가 열린다.
경남 창원시 용지공원과 광주역 광장, 대구 국채보상공원 등 각 시도에서도 600∼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같은 행사가 개최된다.
이와 별도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는 9일 전국 30여곳에서 ‘우리 쌀 사수, 농업개혁 투쟁 선포식’을 가진데 이어 10, 11일 시도별로 이경해 열사 추모와 농정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특히 전국농민회는 22일 전국 시군에서 ‘논 갈아엎기’ 시위를 벌이고 10월에는 천막농성과 함께 농산물 출하 거부 등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적 합의 없이 비공개 협상을 통해 식량주권을 포기하려 한다”며 “쌀 개방 불가에 대한 원칙을 밝힐 때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농기계를 이용한 대회장 이동을 차단하고 자치단체와 농협 사무실 진입을 막는 한편 구급차와 견인차 등을 행사장 주변에 집중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