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원하는 나라가 조사 대상 35개국 가운데 30개국이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글로브 스캔’은 8일 메릴랜드대와 공동으로 7, 8월 두 달간 35개국 국민 3만4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독일과 이탈리아 연구소들의 합동 조사에서는 유럽 국민 중 73%가 이라크전쟁이 테러 위험을 오히려 높였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국민은 화성(군사의 신을 상징)에서, 유럽 국민은 금성(평화의 신을 상징)에서 왔다”는 비유가 절묘하게 들어맞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부시-케리에 대한 지지=글로브 스캔의 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원한다는 응답자가 더 많은 나라는 필리핀(57 대 32), 나이지리아(33 대 27), 폴란드(31 대 26) 3개국뿐이었다.
노르웨이(74 대 7), 독일(74 대 10), 프랑스(64 대 5), 네덜란드(63 대 6), 이탈리아(58 대 14), 스페인(45 대 7) 영국(47 대 16) 등에서는 케리 후보의 당선을 원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이 52 대 12, 일본이 43 대 23으로 케리 후보 지지가 높았다.
전체 조사 대상을 기준으로 할 때 케리 후보의 당선을 원한다는 응답(46%)이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희망하는 대답(20%)의 2.3배나 됐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미국에 대한 감정을 악화시켰다는 응답은 독일에서 83%, 프랑스에서 81%나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무력 사용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이라크전쟁을 계기로 분쟁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과 관련한 미국과 유럽의 시각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독일의 마르샬재단과 이탈리아 콤파냐 디 산 파올로 연구소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유럽인 10명 중 8명은 이라크전쟁에 반대했다.
특히 유럽 국민 76%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2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전쟁’에 대해 유럽인은 60%가 반대한 데 비해 미국인은 20%만이 반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FT는 “유럽인들은 미국으로 인해 유럽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본격적으로 자각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미국인과 유럽인이 세계를 보는 시각이 굳이 같은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