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국가안보 관련 기관장들과 보수단체 간부들을 두루 접촉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논의하고 설득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장은 이번 주 초에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과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 박신(朴信)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을 비공개로 잇따라 만나 국보법 개폐에 대한 이들 기관 내부의 의견, 폐지 이후의 안보 문제와 대책 등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고 당 고위 관계자가 9일 전했다. 이는 이 의장이 그동안 “국보법이 있어야 안보가 지켜진다고 생각하는 상당수 국민들을 충분히 고려하는 방향으로 국보법 개폐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기관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마당에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은 개진하지 못했지만, 폐지에 따른 내부 직원들의 우려와 사회질서 문제 등을 들어 완곡하게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보법을 폐지하더라도 형법 개정이나 대체입법을 통해 국가안보를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한다. 이 의장은 노 대통령과의 만찬이 예정된 9일 낮에는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으로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회장단을 초청해 국보법 폐지에 대한 당 방침을 설명하면서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보완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훈(李相薰) 재향군인회장과 오자복(吳滋福) 성우회장, 김성은(金聖恩) 전 국방부 장관 등은 이 자리에서 국보법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 같은 뜻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