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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플린 KAIST총장 국회 특별강연

입력 | 2004-09-09 18:49:00


“부모가 된 입장에서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면 좋겠는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로플린 총장(사진)이 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10여명의 국회의원 등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의 첫머리에서 꺼낸 말이다.

‘국회 싸이앤텍 포럼’(대표 열린우리당 홍창선 의원)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강연은 로플린 총장이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힌 자리였다.

로플린 총장은 강연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가시적 성과 위주로 과학기술 투자를 하고 있어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과학기술 예산이 진정 가치 있는 곳, 즉 젊은이들의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데 투자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경제적 가치창출의 궁극적 원천’이라는 그의 평소 지론에서 나온 것.

그는 강연이 끝난 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적인 분위기를 기반으로 특정한 분야에 집중하는 특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한국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로플린 총장은 “컴퓨터 보안, 로봇공학, 에너지 기술 등에 특화시켜 KAIST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KAIST 연구자들이 위험 부담이 있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적절한 연구보상시스템이 확립되면 연구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로플린 총장은 “제조업뿐 아니라 전문기술의 중심이 점차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머지않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노벨 과학상이 다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로플린 총장은 197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85년부터 스탠퍼드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올해 7월 14일 KAIST 총장에 취임했다. 또 ‘분수 양자 홀 효과’를 처음 이론적으로 설명한 업적을 인정받아 199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