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아테네 올림픽은 오점으로 얼룩진 대회였다. 심판 오심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체조의 양태영 사건과 마라톤 경기 중 괴한이 선두주자에게 뛰어든 해프닝은 역사에 남을 대표적인 실수였다. 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꽤 지났지만 양태영 오심사건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당시 오노 파문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 체조선수 양태영과 브라질의 마라토너 반데를레이 리마는 비록 금메달을 걸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선수가 금메달리스트로서의 대접을 받고 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동병상련(同病相憐) 속에서도 명암이 엇갈리는 게 이들의 현주소다.
우선 브라질의 리마 관련 소식을 살펴보자. 브라질발 외신에 따르면 공항에 시민들이 나와 ‘리마 금메달’을 연호하며 열광했다고 한다. 브라질 정부 및 각 기업체는 포상금을 금메달에 준하는 수준으로 하는 등 그가 금메달리스트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양태영 선수의 경우는 어떠한가. 올림픽 기간 중 우리 국민은 심판오심에 분개하며 양 선수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실질적으로 그가 금메달리스트라고 모두들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언론과 국민은 ‘도둑맞은 금메달’을 잊은 듯한 모습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금메달리스트들. 그들은 분명 국민들로부터 환호를 받을 자격을 갖췄다. 한국 체조 역사상 초유의 금메달리스트나 다름없는 양태영 선수 역시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대접을 받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나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양태영 선수에 대해 브라질의 리마처럼 국가연금을 비롯한 각종 포상금을 금메달에 준하는 수준으로 책정했으면 한다. 그를 챔피언이라고 인정한다면 금메달리스트 대접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강정호 경성대 교수·체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