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탤런트 에릭은 “노래는 오래된 애인 같아 편하고, 연기는 새로 사귄 애인 같아 설레긴 해도 아직 많이 서툴다”고 멋쩍어했다. -사진제공 SBS
“그녀가 죽은 지도 오래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
SBS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일 오후 6시)의 코너 ‘반전(反轉) 드라마’ 촬영이 한창인 9일 오후 SBS 일산제작센터 스튜디오.
에릭은 교통사고로 전복된 차량에서 혼자만 빠져나와 애인(한지혜)을 죽게 내버려둔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회사원을 연기하고 있었다. 6월 종영된 드라마 ‘불새’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에 빠진 재벌 2세를 연기하던 때보다 그의 눈빛은 한층 더 깊어져 있었다.
“얼마 전 사귀던 여자친구하고 헤어졌어요.”
‘불새’의 성공 이후 7, 8월 두 달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짧은 사랑을 했고, 실연도 했다. 그 아픔을 노래한 자작곡 ‘라이어(liar·거짓말쟁이)’가 포함된 그룹 ‘신화’의 7집 ‘브랜드 뉴’는 지난달 말에 나와 15만장이 팔렸다. 또 의류 제과 휴대전화 등 7곳의 CF 모델로 발탁돼 20여억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달 중순 재개하는 음반활동 준비로 요즘 오전 3시까지 하루 6시간씩 춤 연습을 한다.
● 일과 사랑
에릭은 자작곡 ‘라이어’에서 헤어진 애인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단 한번만 날 용서해줄래…남들처럼 예쁜 사랑 하고 싶었었는데 내가 연예인인 걸 잠시 잊었나 보다….’
“그때 상황에선 사랑보다 일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더 깊어지기 전에….”
―그러면 일을 선택해 성공한 셈이네요.
“(웃으며) 그럼 뭐해요. 밥 못 먹고 잠 못 자는데요. 연기할 때 잠을 못 자면 너무 표시가 나서 밥 먹을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요.”
―‘불새’ 전까지는 주목받지 못했는데, ‘신화’의 다른 멤버들이 잘나갈 때 속상하지 않았나요.
“처음엔 팬레터를 누가 더 많이 받느냐는 문제로 갈등도 겪고 했는데, 이젠 안 그래요. 멤버 개인의 인기에 관계없이 ‘신화’ 활동으로 번 돈은 똑같이 나눠요. 그리고 개인 활동하는 것은 돈을 더 많이 벌려고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 노래와 연기
1998년 10대의 나이에 데뷔한 ‘신화’의 멤버들은 이제 20대 청년이 됐다. 첫 음반의 재킷 사진을 보면 ‘에릭이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저도 우스워요. 동생 같기도 하고. 1년 전 앨범만 봐도 촌스럽더라고요. 옛날로 갈수록 더 창피해지죠.”
―노래와 연기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노래는 밥 먹는 것처럼 편해요. 요즘엔 장나라씨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드라마는 결과물을 보면 뿌듯해요. 제가 잘못해도 여러 스태프 덕분에 그럴듯한 작품이 나오거든요. 올해는 ‘신화’ 활동에 주력하고 내년 초 드라마나 영화를 할 계획이에요. ‘반전 드라마’에서 보디가드, 제빵사, 은행털이범 등 다양한 배역을 맡아 연습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요.
“몸으로 하는 연기요. 예를 들면 ‘나 너 사랑해’ 하고 말로 하지 않고, 사랑하는 여자가 차에 치일 위험에 놓이면 몸을 날려 구해내는 배역 말이죠.”
에릭은 잠들기 전 이렇게 기도를 한다고 했다.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살게 해주세요. 미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저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건강한 축복을 내려주세요.”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