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날이 올 것인가. 2004 아테네 올림픽 수영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던 남유선. 19세의 발랄한 여대생인 그의 목표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선수단 중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도 포상금을 받은 선수들이 있다. 그중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남유선(19·서울대)이 받은 포상금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9일 MBC배대회가 열린 제주실내수영장에서 선후배 선수들과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대한수영연맹의 포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억대의 포상금을 받은 금메달리스트 못지않게 기뻤어요. 개인혼영 400m에서 7위 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어 아테네 현지에서는 실감이 안 났죠. 그런데 제 얼굴을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는 꼬마도 있고 ‘다음’ 카페에 팬 코너도 생기고 연맹에서 포상금까지 주시니 이제 실감이 나네요.”
한국 수영은 1964년 도쿄대회 때 처음으로 올림픽무대를 밟았지만 조오련 최윤희 지상준 등 역대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들조차 올림픽 결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남유선은 올해 만 19세지만 올림픽 출전은 벌써 두 번째. 15세 때 출전한 시드니 올림픽(개인혼영 200m 26위)은 솔직히 참가에 의미를 두고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아테네 올림픽에선 한번 잘해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단다.
“예선(4분45초16)보다 결선(4분50초35) 기록이 저조했어요. 점심식사 후 배탈이 나는 바람에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버렸거든요. 아테네 수영장과 같은 조건인 사이판 야외 수영장에서 정말 열심히 전지훈련을 했는데 억울해요.”
하지만 잊지 못할 추억도 있다.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이언 소프(호주)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은 레인에서 연습한 것.
“잠수해서 두 선수의 손과 발 동작을 유심히 봤죠. 소프는 정말 물을 잘 잡아당기더라고요.”
그의 고민은 국내 대회에서는 경쟁자가 없다는 것. 특히 여대부 경기에는 많아야 4명 정도 출전하는데 혼자 독주하는 상황이어서 기록을 단축하기가 정말 힘들단다.
“비인기 종목이어서 그런지 수영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요. 이번 아테네대회 때도 일본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것이 너무 부러웠어요. 물론 단시일에는 안 되겠지만 제가 아니더라도 4년 후, 8년 후에는 올림픽 수영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약점인 배영과 자유형을 보완하면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남유선. 허약체질 때문에 6세 때 수영을 시작해 이제 한국 수영의 희망이 된 그의 목표는 올림픽 시상대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