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흔들리는 ‘고교 평준화’…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자료’ 논란

입력 | 2004-09-10 18:30:00


국회 교육위원회 이주호(李周浩·한나라당) 의원이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격차가 지역별, 학교별로 큰 차이가 난다는 자료를 발표한 뒤 고교평준화제도의 실효성과 고교등급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 분석 자료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차제에 교육당국이 정확한 학생 평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평준화 한계에 왔나=1974년 고교평준화제도가 도입된 초기에는 평준화가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반대로 지역간 학교간 격차를 벌어지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습능력과 태도가 다른 학생들을 한꺼번에 모아 가르치기 때문에 수월성(秀越性)교육이 어려워 학생들의 실력이 하향평준화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평준화 때문에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이에 필요한 조사와 연구는 제대로 하지 않아왔다.

그동안 학업성취도 조사도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 지역 등으로 크게 나눠 실시하는 바람에 어느 지역, 어느 학교의 실력이 높은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평준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의 정확한 평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교등급제 논란=대학들은 실력차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평준화를 내세워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고 대학의 학생 선발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들은 수시모집 등의 전형 과정에서 고교의 진학 실적 등을 토대로 암암리에 학교별로 가중치를 주는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정안이 수능 비중을 낮추고 학생부 비중을 높인다고 하지만 대학들이 학생부를 무력화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도 ‘우’ 이상이면 만점으로 처리하는 대학이 있어 변별력이 없다. 학생부 9등급제가 되더라도 등급간 점수차를 줄이면 영향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교등급제는 평준화의 근간을 훼손할 뿐더러 일종의 ‘연좌제’이기 때문에 교육부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평가방법 신뢰성 논란=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의원의 자료와 관련, 10일 “교육성취도 조사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에 적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학교당 한 학급씩 골라 실시했다”며 “표집규모가 1%에 불과하고 매년 대상 학교가 달라져 대표성을 일반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조사 대상 175개교가 전국을 대표할 수는 있어도 개별 학교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간 지역간 학력차를 비교하려면 표집규모가 3∼5%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가원은 평가원 근무 당시 이 의원에게 교육성취도 관련 자료를 유출한 모 지방대 교수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