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주공)가 퇴직시킨 1, 2급 직원들을 부설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고용한 뒤 특별한 업무도 시키지 않으면서 평균 연봉 760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공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이낙연(李洛淵·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공은 지난해 7월 31일 1급(처장) 8명, 2급(부장) 2명 등 총 10명을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퇴직시키면서 동시에 주택도시연구원 계약직 연구위원으로 재고용했다. 주공은 이들에게 퇴직 전 평균 연봉인 8000만원에 가까운 7600만원을 연봉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월 12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1급 3명, 2급 5명 등 8명을 연구위원으로 재고용해 지금까지 18명의 퇴직 대상자를 계약직 연구위원으로 재고용했다. 이들은 계약직임도 불구하고 주공 사규에 정해진 정년(1급은 만 59세, 2급은 58세)보다 1년이 낮은 만 58세와 57세까지 계약을 보장받아 편법 재고용 의혹도 사고 있다. 특히 연구위원으로 재고용된 주공의 1, 2급 직원들은 연구는 물론 다른 업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급여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공측은 “사내 인사적체도 심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오래 계신 분들의 명예퇴직을 권고했지만 본인들이 원하지 않아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고 이 의원측이 밝혔다. 이 의원은 “주공이 퇴직 대상자를 연구위원이라는 명목으로 편법 재고용해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특별한 업무수행도 하지 않는 직원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