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에 대해 대학과 학부모회 교사 등 교육주체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 이어 영남지역에선 처음으로 부산대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서울 공청회 때와 마찬가지로 대입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9등급제, 고교등급제 등에는 이견을 보였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권연진 부산대 입학부처장은 “새 대입제도는 공교육 정상화에는 일부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고교등급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권 부처장은 “올바른 고교 등급제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등급 기준과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대학들이 나름대로 객관적인 내부기준에 따라 등급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 9등급제와 관련해 그는 “변별력을 위해서는 9등급제 보다는 15∼18등급으로 세분화해야 하고 학생선발권도 대학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진 부산국제고 교사는 “수능시험 변별력을 낮추는 방안은 수능 때문에 야기되는 여러 부정적인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며 “9등급으로 하면 사교육비 및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고 5등급제도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숙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교육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대학입시 개선안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며 “사교육비 경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9등급제 대신 5등급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또 “공교육을 살리려면 수능은 기초학력을 측정하는 참고 도구로 삼아야 한다”며 “창의성이나 리더십 등 학생들이 가진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성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대학의 고교등급제 도입과 관련해 그는 “고교서열화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농어촌과 중소도시 학교는 큰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해 서울 등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등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청회에 앞서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지역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 회원 90여명은 부산대에서 집회를 갖고 “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대학입시 개선안을 조속히 수정하라”고 요구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