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정연주 사장과 노조의 밀월관계가 깨지는 것일까.
‘개혁 코드’로 동반관계를 유지해왔던 정 사장과 KBS 노조가 임금 협상이나 사원용 콘도 구입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노조 집회에 참석해 운동권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등 ‘연대감’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 KBS 사측이 올해 광고수입이 당초 목표 7800억원에서 1400억원이 줄어 적자가 예상된다며 임금 4.3% 삭감안을 제시하자 노조는 정 사장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12.4%의 인상안을 제시했던 노조에서는 정 사장에게 배신당했다는 말도 나온다.
노조는 “삭감에 대해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노조는 17일경 중노위의 조정안이 기대에 못 미치면 파업도 불사할 태세이고 집행부는 매일 서너 차례 사장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불멸의 이순신’ 한 편에 1억2000만원을 쏟아부으면서 인건비를 삭감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회 통념상 KBS 임금이 고임금이긴 해도 동종(방송) 업계의 65%밖에 되지 않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KBS의 1인당 평균 임금은 8000만원이었다.
노조는 또 지난해 노사가 합의했던 콘도 50계좌(15억5000만원) 구입건에 대해서도 사측과 맞서고 있다. 사측은 경영사정이 어려운 올해에는 절반만 구입하자고 했으나 노조는 서울 남부지방노동청에 ‘회사가 노사협약을 지키지 않는다’며 진정서를 제출할 정도로 반발하고 있다.
회사 노무팀 관계자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콘도를 구입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회나 감사원 감사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과도한 노조 전임자 수(25명)도 갈등의 한 요인이다. 사측은 여러 차례 노조 전임자의 축소를 요구했고, 감사원도 올해 5월 정부투자기관 수준인 6명으로 줄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전임자 수는 노사협상 사안이며 과다 여부는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다”며 일축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갈등이 깊어지자 ‘등에 비수 꽂고 개혁완성 기대 말라’ 등 갖가지 구호들을 건물 내벽에 내걸고 정 사장을 비난하고 있다. ‘코드’보다 ‘빵’이 더 중요한 것일까?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