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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왜 세계는 ‘김기덕표 영화’인가

입력 | 2004-09-12 18:54:00


김기덕 감독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이어 불과 7개월 만에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다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세계영화계에서 이례적인 ‘사건’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공식적인 확인은 어렵지만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잇따라 수상한 것은 김 감독이 유일하고,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평론과 관객 반응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아 황금사자상 수상도 가능했지만 베를린에서의 감독상 수상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호 배타적인 3대 영화제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베니스가 베를린에서 이미 감독상을 받은 그의 손을 다시 들어준 것은 ‘김기덕 영화’의 성숙이 1차적인 원인이다.

그의 작품에서 논쟁의 대상이 됐던 폭력성과 반(反)여성성이 누그러진 반면 유머와 세련미가 더해진 것.

영화평론가 전찬일은 “김 감독 스스로 말했듯 그의 영화는 비슷비슷한 90%의 영화가 아니라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10%에 속한다”며 “작품이 순화됐다는 표현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일관되게 다루면서도 정제미와 세련미가 보태진 작가주의의 ‘성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가 한해 잇따라 세계 3대 영화제의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는 점도 의미를 되새길 대목이다. 일본(1950∼60년대) 중국·대만·홍콩(80년대) 이란(90년대)에 집중됐던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 이제는 한국으로 옮겨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은 “세계영화계는 2000년대 들어 산업적 성장과 함께 일군의 작가 감독이 등장한 한국 영화계에 주목하고 있다”며 “대중성의 확보와 예술주의적인 작품경향이 공존한다는 사실에 놀라운 시선을 보낸다”고 분석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 김기덕 감독 연보

△1960년 경북 봉화 출생

△90∼93년 프랑스 유학 서양화 작업

△96년 ‘악어’로 영화계 데뷔

△99년 ‘섬’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브뤼셀판타스틱 영화제 대상

△2001년 ‘수취인불명’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나쁜 남자’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2002년 ‘해안선’ 부산영화제 개막작 선정

△200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미국 선댄스영화제 초청

△2004년 ‘사마리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 ‘빈집’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