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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육부, 고교등급제 代案 내놓아야

입력 | 2004-09-13 18:23:00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어제 전교조는 서울의 몇몇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학기 수시모집에서 강남권 고교 재학생에게 고교등급제를 통해 혜택을 줬다는 것이다. 해당 대학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고교등급제를 엄격히 금지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엄연한 학력격차를 두고 손사래만 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교육부가 먼저 할 일이 있다. 공개를 거부했던 2002, 2003년의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발표해 지역간 학력격차가 어느 정도나 벌어져 있는지 밝혀야 한다. 현격한 차이가 나면 고교등급제가 불가피한 것이고, 별 차이가 없으면 고교등급제를 지금처럼 금지해야 옳다.

학력격차 여부는 지역별 학교별 수능시험 성적만 공개해도 바로 알 수 있다. 교육부가 학력격차의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눈을 흐리게 하는 일이다. 교육정책도 확실한 통계자료를 갖고 결정해야 할 때가 됐다. 자료를 감출수록 뭔가 충격적인 내용이 있다는 의혹을 부풀리고, 교육부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뿐이다.

대학이 내신을 믿지 않는 이유에 주목하고 현실적인 대안(代案) 모색에 나서야 한다. 학력차가 큰데도 똑같은 내신을 적용하라는 교육부의 요구는 무리다. 교육부는 우수학생을 뽑고 싶은 대학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교육 당국은 평준화 원칙 유지에 급급해 학력격차를 쉬쉬해 왔다. 보완책도 전무했다. 선진국은 유능한 교사를 소외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 집중 배치한다. 학력격차를 모른 척하는 것은 오히려 소외계층의 교육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낙후지역의 ‘교육의 질’ 개선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