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은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산악 폭파작업이었다는 영국 BBC방송의 보도가 나왔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방북 중인 영국 외무차관에게 밝혔다는 내용이니 북한 당국의 공식 해명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로써 ‘핵실험’에서 ‘산불’까지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이번 일은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지만, 이번 소동이 남긴 여운은 개운치 않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초기에 사고를 인지하고 진상을 파악 중이라고 했으나 사건 발생 5일째인 어제까지도 이렇다 할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누구보다도 북한 내부 사정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할 정부가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허둥댔다는 얘기다.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對北) 정보 역량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또 한미 정보채널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일관되게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펼쳐 왔다는 점에 비춰 봐도 이번 일은 실망스럽다. 정부는 장관급회담과 서해상 군사 핫라인 등 남북간에 지속적인 대화 채널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해 왔다. 정부 주장대로 남북관계가 현저하게 개선됐다면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북한에 직접 문의해 볼 생각은 왜 하지 못했는가.
북한의 태도도 문제다. 북한은 국제적 의혹으로까지 떠오른 일에 대해 남한 정부가 아닌 제3국 외교관에게 진상을 공개했다. 북한의 돌발 상황을 우려하는 남한 정부는 안중에도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북한이 강조해 온 ‘민족 공조’란 말인가. 국제사회가 북한의 ‘10월 핵실험설(說)’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도 지금은 북한이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때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북 정보체계의 보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 외무상 발언도 진위(眞僞)를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