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의 하늘과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권리인 조망권(眺望權)은 ‘조망 자체가 특별한 가치를 갖는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조망권이나 통풍권 등 ‘환경권’을 폭넓게 인정해 이 같은 권리가 침해될 경우 배상책임을 지우기 시작한 하급심 판결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3부(주심 윤재식·尹載植 대법관)는 13일 윤모씨 등 서울 구로구 고척동 주민 30명이 조망권과 일조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대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윤씨 등의 조망권 피해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조망 이익은 그 자체를 중요한 목적으로 해 건물이 건축된 경우처럼 독자적인 이익으로 인정될 만큼 중요할 때만 법적 보호대상이 된다”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조망권 피해는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민사23부(부장판사 김경종·金敬鍾)는 지난해 10월 29일 “수인(受忍)한도(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조망권 제한으로 피해를 본 만큼 윤씨 등 29명에게 100만∼800여만원씩 모두 1억64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조망권을 ‘생활이익’이라는 법적 보호대상으로 별도로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첫 판결이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조망권을 일조권의 부차적 권리로만 보고 별도의 권리로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의 판례를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아파트나 주택의 가격이 조망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조망권 제한 등으로 인한 집값 하락폭을 원고들의 손해액 산정에 포함시켰다. 같은 재판부는 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리바뷰아파트 주민 19명이 “아파트 앞에 LG아파트가 건설돼 한강조망권이 침해됐다”며 LG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조망권 침해를 인정하며 “아파트 시가 하락분과 위자료 등으로 1인당 100만∼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판결대로라면 거주자들의 환경권보다는 건축업자들의 집 지을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며 “논란이 계속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