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호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북한은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발생한 폭발이 수력발전소 건설작업의 일환이었다고 이날 해명했으나 정부는 진상확인작업을 계속 하기로 했다.-박경모기자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郡)에서 발생한 폭발에 대해 13일 북한이 백남순 외무상 발언을 통해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계획적인 산악 폭파작업이었다”고 해명하자 핵실험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이번 폭발 사건의 긴장 수위는 한 단계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수력발전소 건설 때문에 그 법석을 떨었나” 하며 허탈해 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는 북한측의 해명과는 별도로 이번 폭발의 진상에 대해 계속 확인작업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 등으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말=정부가 북한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것을 포착한 시점은 8일 오후 11시24분경. 리히터규모 2.6의 지진파가 백두산 부근에서 발생했던 것.
1시간반 정도가 지난 9일 오전 1시경. 김형직군에서 폭발이 있었다. 이 지점은 최초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100∼120km 떨어진 곳. 정부는 9일 오전 11시45분경 촬영된 인공사진을 통해 북한에서 발생한 심상치 않은 ‘사고’가 있다는 것은 인지했다.
하지만 당시 기상이 구름이 많은 상태라 폭발로 인한 구름인지를 단정적으로 판단하지는 못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에 앞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서 서면보고를 했다.
정부는 12일 오전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일단 8일의 지진파와 9일의 구름은 상관관계가 낮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뒤 핵심 관계자 일부만이 공유하는 극비 사안으로 분류해 진상파악 작업을 계속 벌여 나갔다.
9일 구름 관측 이후 북한 내부에 특이한 동향이 전혀 없었다. 8일과 9일 북한 정권 창건 56주년 중앙보고대회가 예정대로 진행됐고 평양을 방문한 리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정상적으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등 위기상황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는 것.
휴일인 12일 일부 언론에 북한 폭발 관련 기사가 나온 뒤 정부는 북한의 폭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을 확인했다. 다만 핵실험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둥지둥한 정부=정부는 북한의 폭발 관련 정보를 발생 직후 입수하고도 4일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상에 대한 파악은 물론 원인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 초기 정부가 판단한 다양한 폭발 관련 시나리오 중에서 수력발전소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정보 활용 능력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13일 영국 BBC 방송을 통해 백 외무상의 해명이 나온 뒤에야 통일부는 북한의 수력발전소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대북 분석력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북한이 만성적 에너지난 타개를 위한 에너지 증산의 일환으로 수력발전소 건설 등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북한 중앙방송은 5월 7일 인근 삼수군에서 착공한 수력발전소를 두고 “이 발전소가 양강도의 전기 문제를 푸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지며 도 안의 인민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 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고위 관계자 중에도 보도 전까지 아예 관련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기자 taew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