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이 5%대에서 4%로 떨어져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1인당 국민소득(GDP)이 1만달러 선에서 정체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돼 영원히 ‘2류국(國)’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 강당에서 국회 소장파 의원 50여명과 기업 최고경영자(CEO)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경제 재도약을 위한 10대 긴급제언’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구조적 저성장 진입=이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인당 GDP 1만달러를 돌파한 1995년에는 7.0%였지만 지난해에는 5.4%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다시 4.0%로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의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 나라가 이룩할 수 있는 실질 GDP 증가율의 최고치를 뜻한다.
연구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내수 침체와 수출 신장세 둔화, 산업·기업별 양극화, 고비용 저효율 구조, 낮은 고용률 등을 지목했다.
청년층 고용률(15∼24세 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중)의 경우 2003년 기준 한국이 30.8%인데 반해 미국은 53.9%, 일본은 40.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43.6%에 달해 우리나라가 크게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뒤를 이을 신(新)산업이 없고 고령화와 노사 갈등도 성장을 저해할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020년에는 15.1%로 늘어 인구요인만으로도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는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소는 “잠재성장력 하락으로 ‘마(魔)의 1만달러 장벽’이 더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며 “선진국 진입이 요원해지고 최악의 경우 영원히 2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 위주 정책 절실=연구소는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장기 정체된 국가를 예로 들며 성장 위주의 정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소득 분배를 위해서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경제 주체들의 경제 의지를 복원시키기 위해 즉각적이고 추가적인 감세(減稅),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등으로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념 대립을 넘어 실사구시(實事求是)에 국가 역량을 결집할 것을 촉구했다.
연구소는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디지털 칸(한국의 디지털 실험장화) △네오 뉴딜(정보통신 투자) △소프트 산업의 성장 엔진화 △관광산업 활성화 △농업의 1.5차 산업화 등 5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제도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도 △세계화 △작지만 강한 정부 △글로벌 관점의 균형발전 △관계지향형 금융중개 시스템 △중소·벤처기업의 자생력 배가 등을 제안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하는 10대 긴급 과제▶미래 유망 산업 발굴1.디지털 칸(Digital Kahn)국민 전체가 디지털의 실험 대상이 돼 가상공간을 선점2.네오 뉴딜(Neo NewDeal)공공분야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슬(IT)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새로운 뉴딜 정책3.소프트 산업의 성장 동력화디지털소프트웨어,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
4.관광산업 활성화‘배용준 관광’ ‘성형수술 관광’ 등 소프트한 관광자원을 집중 개발5.농업의 1.5차 산업화농업을 관광, 유통, 예술, 문화 등과 연계▶제도와 인프라 구축6.안팎으로 열린 세계화다양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시장 개방7.작지만 강한 정부권한의 하부 이양과 민영화, 규제 개혁 등을 통한 시장친화적 정부로 개조8.글로벌 관점의 균형발전동북아 6대 경제권역간의 경쟁구도 속에서 국토개발과 지역균형개발 추진9.관계지향형 금융중개 시스템은행에 금융시장 안정 기능 강화, 증권사 대형화 유도,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역차별 해소10.중소·벤처기업 자생력 배가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상생하는 클러스터 구축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