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보면서 나는 그 해결책을 서양 고지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300여년 전 서양인들이 제작한 고지도들이 압록강 유역 북쪽을 우리나라 영토로 그리고 있으며, 고구려사를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 역사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세기 중반부터 서양의 상인과 선교사들은 우리나라의 모양을 중국 랴오둥 지역에 붙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우리나라는 완연한 반도의 형태를 갖추게 됐고 중국의 지방정부가 아닌 독립된 국가로 표기됐다.
350여년 전 이탈리아 선교사 마르티니가 ‘중국지리첩’(1655년)을 제작했고 그 뒤 서양 선교사들이 청나라 황제의 명을 받아 중국 전역을 실측하고 ‘황여전람도’(1718년) 등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 프랑스의 뒤 알드가 만든 지리책 ‘중국 제국과 타타르통사’(1735년)는 우리나라를 고려국으로 소개했다. 이들 책은 모두 압록강 유역의 북쪽에 국경선을 긋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지역의 고구려 역사를 우리나라의 역사로 인식하고 기록했다.
프랑스 지도제작자 당 비유는 뒤 알드의 지도책을 편집해 ‘신중국지도첩’(1737년)을 출간하면서 우리나라를 42개 항목 가운데 31번째에 독립된 전도 형태인 ‘조선왕국’으로 그렸다. 이 지도 역시 중국과 조선의 국경선을 현재의 압록강 유역보다 더 위쪽에 그렸다. 그 뒤 중국은 1909년 일본과의 간도협약을 통해 제3자인 서양인들이 우리나라 영토로 인정한 이 지역을 중국 땅으로 귀속시켰다.
압록강 북쪽 유역까지 우리나라의 영토로 표시한 300여년 전의 서양 고지도들이 역사적 진실을 명백하게 밝혀주는 셈이다. 그런 서양 고지도를 활용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는 ‘동해’ 명칭 표기 등 한일간 현안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김혜정 경희대 혜정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