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농어촌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농촌에서는 대풍(大豊)에도 불구하고 쌀시장 개방과 추곡수매제 폐지 등을 앞두고 농심(農心)이 흉흉하기만 하다. 반면에 올해 유해성 적조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어촌에서는 조기, 갈치 풍어(豊漁)가 예상돼 모처럼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희비 엇갈린 농촌=올해 쌀농사는 유래 없는 풍작이 예상된다. 13일 전남도에 따르면 벼 시험재배지를 대상으로 한 생육조사 결과 1m²당 벼 알수가 3만4900개로 평년 3만3800개보다 1100개가 많고 이삭당 벼 알수도 79개로 평년 74개보다 5개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수확기까지 침수나 벼 쓰러짐 피해가 없다면 올해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1990년 이래 최대 풍년이었던 1997년 10a당 518kg의 생산량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들판은 풍년이지만 농심(農心)은 흉년이다.
전남 장성군 삼계면 이창범씨(58)는 “내년부터 추곡수매제도가 폐지되고 이번 쌀 협상에서 시장이 대폭 개방되면 쌀농사 기반이 무너지게 생겼는데 무슨 흥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활기 찾는 어촌=바다 수온 하락 등으로 유해성 적조생물이 줄어들면서 8일 남해안 일대에 내려졌던 적조 특보사항이 모두 해제돼 양식 어민들이 한숨을 덜게 됐다.
올해는 적조 지속기간이 30일로 예년 평균에 비해 13일이 짧아 여수에서 1억2000만원 상당의 어류가 폐사한 것을 제외하고는 피해가 전무했다.
지난해 전남에서는 적조로 176억원 상당의 어패류가 패사된 것을 비롯해 2002년에 30억원, 2001년 1억8000만원, 1995년에 21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어황도 좋아 여수지역 안강망 업계의 경우 동중국해에서 조기, 갈치어장이 예년에 비해 보름정도 빨리 형성돼 풍어를 기대하고 있다. 저인망과 선망 업계도 서해안과 제주 근해에서 새우, 고등어 등을 잡기 위해 출어를 서두르고 있다.
여수수협 관계자는 “6월부터 3개월여 동안 선원들의 파업으로 위판액이 줄었으나 최근 어선들이 본격 출어에 나서면서 항구가 북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