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 정보국이 1940년대 중반에 작성한 ‘조선지역 공습 목표물 목록’ 가운데 주요 공습 대상의 하나인 흥남 ‘조선 질소비료 공장’의 사진과 지도. -사진제공 국립중앙도서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본토를 폭격하면서 유사시 한반도에 대한 공습도 치밀하게 준비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5일 미국 공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성한 ‘조선지역 공습 목표물 목록’을 공개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의 한국 관련 자료철에서 찾아낸 이 자료는 미 공군 정보국이 1940년대 중반 작성한 것으로 91쪽 분량이다.
이 자료를 볼 때 북한 핵문제 등으로 인해 한반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이 또다시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 폭격 계획을 수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은 서울 부산 군산 목포 해주 진남포 나진 흥남 등을 공습 목표 지역으로 설정했다. 특히 함경남도 흥남의 ‘조선 질소비료 공장’ 등 4곳은 가장 중요한 공습 목표물로 표기했으며 서울에서는 한강 다리와 용산 철도창 등의 시설물을 주요 공습물로 표시했다.
또 주요 항구 및 다리 공장 부두 등 기간시설을 항공 촬영한 흑백사진과 지역별로 비행기 제작창 탄약고 시멘트공장 화학약품공장 발전소 등 주요 목표물에 대한 설명이 함께 실려 있어 미군이 매우 치밀하게 정보를 수집했음을 보여준다.
신복룡(申福龍)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선에 대한 폭격계획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아주 귀중한 자료”라면서 “당시 석탄 철광 전력 화학공장이 있던 함경도 일대를 주요 폭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만주에 주둔한 관동군의 배후를 공격하려는 전략적 차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3월부터 NARA에서 한국 관련 미공개 문서들을 발굴해 온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문서를 포함해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한국 관련 자료 27종 2700여쪽을 영인해 연구자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