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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교수의 Really?]감자싹-당근-시금치에도 毒있다

입력 | 2004-09-14 19:05:00


요즘 식물이나 동물에서 놀라운 효력을 가진 물질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난치병 치료제에서 파마용 조형촉진제까지 정말 다양한 효능을 가진 신물질들이 ‘천연물’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자랑하는 모양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생리 효과가 있는 천연물이 포함된 식물이나 동물을 약재나 식품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천연 약재가 약효를 나타내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좋은 약재는 생산량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아무나 쓸 수도 없었다. 물론 이제는 화학적 방법으로 약효를 가진 천연물만 분리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효능이 더 좋아지게 만들 수도 있고, 인공적인 대량 생산을 통해 싼값에 누구에게나 공급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천연물이 우리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천연물은 식물이나 동물이 우리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애써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천연물 중에는 식물이나 동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만든 맹독성 화학무기도 있다. 예를 들어 약재를 달인 물을 천연 농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복어의 테트로도톡신, 감자 싹의 솔라닌, 독버섯의 무스카린이나 팔로이딘처럼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천연물은 대단히 많다. 코코아나 후추의 사프롤, 시금치의 옥살산, 버섯의 히드라진, 당근이나 샐러리의 미리스티신이 모두 인체에 해가 된다.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천연 식품도 많다. 물론 이런 물질들은 대부분 조리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우리의 면역 체계에 의해 무력화된다.

따라서 천연물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옳지 않다. 산길에서 천연 버섯이나 열매를 마구 따먹으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연물을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도의 화학지식으로 그 효능과 독성을 정확히 밝혀내야만 한다. 천연물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엄청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duckhwan@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