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에 사는 서모씨(51)는 월급을 저축해 모은 4000만원으로 2년 전 땅을 샀다. 공기 좋은 곳에서 주말을 보낼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수도권 땅을 구입하려 했지만 가격이 비싸 강원도로 향했다. 노력 끝에 횡성군 청일면 봉명리에서 700평 규모의 땅을 만났다. 농가주택과 텃밭이 함께 있는 땅이었다.
서씨는 땅 구입 후 주말마다 방문해 집을 직접 손 봤다. 1000여만원을 들여 보일러를 새로 설치하고 흙벽도 단장했다. 자신이 살 집을 꾸민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힘도 들지 않았다.
요즘은 주말에 내려가 텃밭도 가꾸고 평온한 시간을 보낸다. 그 사이 땅값은 좀 올랐지만 팔 생각은 아직 없다.
‘쌈짓돈 땅 투자’ 사례다. 큰 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땅 투자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대체 ‘쌈짓돈’으로 땅 투자가 가능은 한 것일까. 가능하다면 어느 지역 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큰 욕심 내지 않는 것이 첫 조건=전문가들은 연간 10% 내외의 수익만 올려도 큰 것이라고 말한다. 1∼2년 사이 2∼3배씩 오를 것이니 투자하라는 말은 그냥 흘려듣는 것이 좋다. 투기꾼이 몰리면서 갑자기 땅값이 오른 지역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10년이 지나도 본전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땅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크게 떨어진다. 여유자금만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땅 구입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후를 대비해 실제 거주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인지,투자 목적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환경과 개발재료 중에서 우선적인 조건을 정할 수 있기 때문.
▽투자 유망 지역=수도 이전이 예정된 충청권 땅은 여전히 관심사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끝나고 수도 이전 부지가 구체적으로 확정되면 다시 한번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단 예정지로부터 10∼15km 떨어져 규제가 덜한 지역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재료가 있는 수도권 인근 땅도 관심거리다. 각종 개발계획이 있는 영종도 지역과 평택항 확장 및 미군기지 이전, 포승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의 재료가 있는 평택시도 물망에 올랐다.
서울로의 접근성은 좋으면서도 태안 서산 홍성에 비해 저평가된 옹진군을 추천하는 전문가도 있다. 자연환경이 좋은 편.
경기 양평군은 주택지로서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환경이 뛰어나 주거용으로 인기라는 설명이다.
경기 용인시는 2005년 경전철 착공과 분당선 연장 등 교통망 확장이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용인의 동부지역을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경기 화성시는 동탄신도시 건설과 이에 따른 교통망 확충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경기 김포시 지역은 신도시 규모가 대폭 축소돼 땅값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원주와 김천, 익산 지역은 공공기관 이전 부지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춘천은 제2영동고속도로 건설과 경춘선 복선전철화로 교통여건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최근 2년 사이 땅값이 30∼50%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성이 좋아진 지역이다.
투자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농지도 앞으로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농지은행’ 제도가 도입되면 도시민의 농지 소유에 대한 제한도 없어질 전망이다. 특히 신흥도시 인근의 자투리 진흥지역 농지는 개발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쌈짓돈 모아 투자=문제는 돈이다. 지방의 땅은 가격은 낮지만 평수가 큰 경우가 많다. 시골에서는 700∼800평 되는 땅도 그리 큰 편은 아니기 때문. 이런 때는 아는 사람끼리 돈을 모아 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
공동으로 구입한 뒤에 땅을 나누면 된다(필지분할). 분할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라면 투자자끼리 미리 매각조건(예를 들면 3년 이후부터 판다 등)에 대해 합의각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땅 투자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매각조건을 설정해 두지 않으면 친구끼리 마음만 상하기 십상이다.
땅 값은 아파트처럼 시세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관심 있는 지역에 최소한 1∼2개월은 드나들면서 시세부터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땅은 도로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실제 현장에는 도로가 있지만 지적도상에 도로가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지적도를 확인해야 한다. 땅의 종류와 용도 등이 표기된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떼보는 것도 필수.
기획부동산의 전화로 땅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절대금물. 기획부동산이 노리는 대상이 바로 3000만∼4000만원으로 투자를 하려는 ‘쌈짓돈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주로 투자금액에 맞춰 땅을 쪼개 판다.
(도움말=진명기 JMK플래닝 사장, 나창근 부동산퍼스트 사장, 김경래 OK시골 사장, 안명숙 스피드뱅크 소장)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