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일대의 기회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복싱을 시작한 소녀가 2년 만에 세계챔피언 결정전을 벌인다.
주인공은 한국 여자프로복싱 플라이급(50.8kg)챔피언 최신희(21·광창철강). 그는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선여고 체육관에서 미국의 마리벨 주리타(25)와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챔피언을 놓고 맞붙는다. 이인영(33)이 개인사정으로 장시간 방어전을 치르지 않아 박탈당한 챔피언자리를 놓고 겨루게 된 것.
최신희가 복싱을 시작한 것은 2002년 10월. 신장이 1m67인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몸무게가 65kg까지 불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딸의 손을 이끌고 무작정 경기도 성남시 집 근처에 있던 한 복싱체육관으로 데리고 가 운동을 하라고 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본인도 살을 빼려고 마음먹었던 터라 열심히 운동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오히려 살이 더 쪄 허탈했다. 하지만 4개월 정도 지나면서부터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음식을 천천히 오랫동안 씹어 먹는 습관도 도움이 됐다. 그는 "체급에 맞춰 목표감량을 정한 뒤 운동과 식습관개선을 병행하니 내 스스로 놀랄 정도로 살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2년간 15kg을 감량하는 다이어트 대성공을 거두었고 여성 패션잡지 '보그'에 모델로 등장할 만큼 '몸짱'소리를 듣게 됐다.
살이 빠지면서 본격적으로 복싱에 애착을 갖게 된 그는 2003년 9월에 프로선수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파죽지세로 4전 전승을 기록 중. 그는 주특기인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앞세워 올해 5월 마침내 한국챔피언에 올랐고 이번에 세계챔피언까지 도전하게 됐다. 그는 또한 올해 서울보건대에 입학,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기도 하다.
최신희와 겨룰 세계랭킹 3위 주리타는 '작은 천둥'이라는 별명답게 1m52로 키는 작지만 줄기차게 파고드는 인파이터형. 현재 7승5패.
최신희는 "이번 경기를 위해 한 달간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체육관에서 훈련했고 남자 고등학교 아마추어 선수들과도 스파링을 했다"며 "여자복싱이 나약하다고들 하지만 화끈한 경기를 보여주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