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마이홈]‘같은 평형 다른 구조’ 맞춤식 아파트 뜬다

입력 | 2004-09-15 16:31:00


《‘맞춤식 평면’이 분양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옷으로 따지면 기성복과 맞춤복의 중간 형태인 셈. 같은 평형 아파트이지만 방 형태와 발코니 배치, 디자인 등이 전혀 다른 모델이 생겨나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메뉴 하우징(menu-housing)’ 개념을 도입해 시공 전부터 분양계약자들의 요구에 맞춰 대략적인 내부구조를 설계해 주기도 한다. 불황 때문에 청약 열기가 식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 두드러지고 있다. 업체들은 “고객이 설계사이자 건축디자이너로 활약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족수-취미등 고려 1대1 분양 상담▼

○ 식당에서 메뉴 고르듯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맞춤과 편안함’을 테마로 한 신(新)평면 시스템인 ‘메뉴-하우징’을 개발해 올 하반기부터 분양하는 ‘아이파크’에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9월 말부터 분양하는 경기 오산시 고현동(32∼40평형, 667가구), 경북 포항시 창포지구 4차(36평형 122가구)에 적용될 예정이다.

‘메뉴-하우징’이란 마치 레스토랑에서 자유롭게 메뉴를 선택하듯 소비자가 평면을 직접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실수요자들은 아파트 계약시 주택전문가와 일대일 상담을 해 자신의 가정에 적합한 평면을 고르게 된다. 가족 구성원 수, 취미, 직업 등을 고려해 침실, 거실, 주방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다.

35평형(전용면적 25.7평)의 평면을 살펴보면 △기본형(침실독립 기능 강화) △A형(드레스룸 설치) △B형(멀티룸 설치) 등으로 나눠지는 것은 물론, 이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침실, 거실, 주방의 크기와 침실 수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또 처음부터 리모델링이 용이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직접 입주 후 생활패턴과 가족 수의 변화에 따라 손쉽게 내부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평형은 단순화, 평면은 다양화 新전략▼

○ 한 아파트에 ‘14가지 디자인’

이달 말 경기 오산시 원동에서 31개동 2368가구를 분양하는 대림산업은 ‘백화점식 평면’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놨다. 평형은 단순화하고 평면의 다양화를 꾀한 게 특징. 27∼52평형 5개 평형에 평면 형태는 무려 14개로 늘렸다.

대림산업은 수원시, 오산시의 아파트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저마다 다른 구조의 아파트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모를 모시고 3세대가 모여 사는 가족은 30평형대라도 방 4개짜리를 원했으며, 맞벌이 부부나 핵가족 수요자의 경우 방 개수를 줄이더라도 방과 거실의 크기를 키워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33평형의 경우 △전면 3베이(아파트 발코니와 닿은 면을 방+거실+방으로 나눈 형태)의 기본형 △3면 개방형 △코너 거실형 △주방 남향배치형 △침실 4개형 등으로 구성했다.

이 회사 박정일 부장은 “실수요층 소비자들에게 요즘 기본 평면만 내놓으면 거의 외면한다”며 “불황일수록 경품이나 가격 보전 등으로 소비자를 끌기보다는 상품의 다양화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년층은 일반형, 젊은층은 일자형 선호▼

○ 3가지 이상 평면은 기본

최근 분양 예정인 업체들은 실수요자들이 많은 30평형대에 3가지 이상의 평면을 선보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7월 서울 6차 동시분양 때 양천구 신월동에서 선보인 동구햇살아파트 155가구는 모두 31평형. 그러나 평면은 10가지나 됐다. 회사측은 “노년층은 3베이의 일반구조를 선호하고 젊은 수요층은 실내 분위기가 밝게 느껴지고 더 넓은 느낌이 나는 4베이의 일자형 평면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같은달 분양된 동탄신도시 시범단지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두드러져 ‘동탄은 평면의 전시장’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금강스위첸, 한화꿈에그린, 다숲·캐슬아파트는 32∼33 단일평형이면서도 각 3가지 평면을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하반기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선보일 이수 브라운스톤(155가구)도 32평형을 3개 평면으로 내놨다. A타입은 안방과 거실을 크게 설계해 핵가족 수요를 끌어들이고 B타입은 거실과 주방을 일자로 배치함으로써 개방감을 확보했다. 또 C타입은 3베이로 설계하면서 주방을 거실 옆 전면(前面)으로 끌어내 분위기를 밝게 했다.

경기 남양주시 덕소에서 최근 선보인 동부센트레빌도 680가구를 34평형 단일평형으로 내놓으면서 5가지 평면을 제시했다. 평면마다 방이나 거실의 크기, 주방의 위치 등이 달라 각기 다른 소비자들의 취향을 배려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이달 중 선보일 장한평 월드메르디앙도 123가구를 모두 33평형으로 내놓는 대신 평면은 3가지를 선보인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