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농림부 차관이 추석 ‘촌지’ 100만원을 받았다가 사표가 수리돼 불명예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28년 동안 탈 없이 근무해 차관에 오른 공직자가 이전 같았으면 관행으로 치부됐을 액수의 돈을 받고 퇴진하는 것을 두고 여러 갈래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과거 정부였더라면 청와대 대변인 발표를 통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대신에 시간을 두고 조용히 처리하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투명한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위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돼 돈을 받은 것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치명적인 잘못이다. 시대가 달라졌는데도 구시대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직자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이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법 공소시효(3년)가 지나 수사를 받지 않을 모양이다. 정치자금법은 불법 정치자금을 처벌하기보다는 봐주기 위한 솜방망이 법이라는 인상을 준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처벌하는 법을 느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000년 3월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을 하면서 조 부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자금력이 풍부한 집권여당의 총선기획단장이 당비를 쓰지 않고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당의 공식 업무 비용에 충당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도 안 한다니 그의 해명을 믿는 도리밖에 없는 것인가.
정치인은 억대의 돈을 받아도 문제가 되지 않거나 가볍게 처벌되고 공무원은 푼돈을 받아도 면직당한다면 법적용이 공평하다고 할 수 없다. 100만원을 받으면 걸리고 1억원은 받아도 괜찮은 현실을 국민의 법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