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쌀 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집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남지역 일부 자치단체가 쌀 개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전남 농민연대는 함평, 나주, 곡성, 영암, 장흥, 무안 등 6개 시 군이 쌀 개방 문제를 놓고 주민투표를 갖기로 했으며 고흥, 보성, 담양 등도 주민투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지난 10일 함평읍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 “주민들이 원할 경우 쌀 개방 찬반 함평군민투표를 실시하겠다”면서 “구체적인 방법이나 절차는 의회, 주민 등과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 사무에 속하는 쌀 개방 문제를 자치단체가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주민투표법상 가능한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다.
7월31일부터 시행된 주민투표법 제2장 주민투표의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으로서 그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다만 국가 또는 지자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부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주민투표 조례에 ‘주민의 복리, 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어 이 조항에 따를 경우 주민투표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므로 법적으로 보면 주민투표는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투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데다 지방자치단체의 권한도 아니다”면서 “다만 농민들의 의견이 국제협상에 충분히 반영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주민투표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광주전남 농민연대는 15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지사는 중앙정부 눈치보기나 법리적 해석에 의해 도정을 이끌기 보다는 도민의 의견을 우선시하는 지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