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텍사스주 방위군 복무시절 ‘특혜 시비’와 관련한 문서 조작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면서 이를 가장 먼저 보도한 CBS방송이 곤경에 처했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15일 문서 감정을 의뢰받은 일부 전문가들이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CBS가 보도를 강행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40여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앤드루 헤이워드 CBS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현재까지 CBS의 반응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동기를 의심하게 만든다”면서 관련 보도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CBS는 8일 부시 대통령이 방위군 복무 당시 지휘관이었던 제리 킬리언 중령(사망)이 작성했다는 4건의 문건을 근거로 부시 대통령이 지시대로 신체검사를 받지 않았고 킬리언 중령 자신은 부시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잘해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문서감정 전문가들은 킬리언 중령의 사인이 국방부 문서에 있는 사인과 다르고 문서가 타자기로 작성됐다는 CBS의 주장과 달리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계속돼 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CBS가 고용한 문서감정 전문가인 에밀리 윌이 방송 3일 전에 문서에 관한 다섯 가지 의문점을 제작책임자에게 e메일로 보냈고 방송 전날에는 프로듀서에게 전화로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문서감정 전문가인 린다 제임스도 문서에 문제가 있다고 CBS측에 알렸다는 것.
그러나 헤이워드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문서가 정확하다는 조건을 충족시켰으며 그렇지 않았다면 문서를 방송에 내보내거나 보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킬리언 중령의 비서였던 매리언 카 녹스(86)는 15일 “CBS가 공개한 문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믿지만 문서의 내용은 실제로 존재했던 진짜 메모의 내용과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진실게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