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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兵風 ,삼성엔 ‘태풍’ 현대엔 ‘미풍’

입력 | 2004-09-16 18:10:00


“어∼ 재윤이도 없고, 갑용이도 없고….”

삼성 김응용 감독은 요즘 주전 포수 2명을 한꺼번에 잃어 근심이 많다. 현재윤은 병역비리 혐의로 구속됐고 진갑용마저 왼쪽 허벅지 부상이 도져 마스크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인 이정식을 15일 대구 롯데전부터 선발 기용했고 2군에 있던 김영복을 1군으로 올렸지만 미덥지가 않다.

김 감독은 “선수가 없으면 없는 대로 하고, 있으면 있는 대로 하는 거야”라고 애써 태연해 하지만 불안한 기색을 떨쳐낼 수는 없다.

삼성은 ‘병풍’의 최대 피해자. 8개 구단 가운데 경찰 소환도 가장 늦어 선수들의 심리적 충격이 심했고 팀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놓고 선두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현재윤과 선발투수 정현욱, 왼손 불펜투수 오상민 지상민 등 핵심 전력이 줄줄이 구속돼 주전 공백이 심각하다. 병역 비리가 터진 5일 이후 삼성은 4연패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가 최근 꼴찌 롯데를 상대로 2연승하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

삼성이 초상집이라면 현대와 기아는 다소 느긋한 모습. 현대는 최근 6경기에서 4승2패를 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기아는 6연승을 질주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현대는 구속 선수가 3명이지만 2군이나 후보여서 큰 영향이 없고 기아 역시 구원투수 유동훈이 구속됐을 뿐이다.

반면 현대 삼성과 1위 싸움을 벌이던 두산은 조사받은 7명이 대부분 1군 선수들이고 투수 이재영의 구속으로 마운드에 적신호가 켜졌다. 어수선한 가운데 15일 현대와의 연속 경기 1, 2차전을 모두 역전패하며 기우뚱거렸다. 9월 들어 10경기에서 4승6패.

4강을 향해 갈길 바쁜 LG는 외야수 알 마틴, 박용택과 에이스 이승호 등의 부상으로 애를 먹은 데다 9명의 선수가 조사를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잇몸으로 버티며 4승2패를 올렸지만 기아의 상승세를 쫓기에는 힘이 달려 보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