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16일 마지막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언어능력 시험을 풀고 있다.-전영한기자
26일 전국 고교와 학원에서 치러진 2005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는 11월 17일 실시되는 본 수능이 어떻게 출제될지 가늠해볼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어서 수험생들은 긴장감 속에 시험을 치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본 수능에 EBS 수능방송 내용을 많이 반영한다는 입장이어서 EBS 방송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관심을 끌었다.
▽출제 경향=전체적으로 지난해 수능이나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언어영역은 문학 지문이 김남조의 ‘설일’,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박지원의 ‘민옹전’ 등 검인정 교과서에서 실린 지문에서 출제됐다. 교과서에 없는 조지훈의 ‘마음의 태양’, 김광규의 ‘때’ 등도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수리영역 ‘가’형은 수학Ⅰ 12문항, 수학Ⅱ 13문항, 선택과목 5문항씩으로 구성됐다. 어떤 물질의 시간별 농도 변화를 예측해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시간을 구하는 문제 등 다른 교과의 소재를 사용해 수학적 개념과 원리 등을 파악하는 문제도 출제됐다.
외국어는 독해 지문의 길이가 6월 모의평가와 비슷했고 인문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소 어려운 내용이 출제됐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 평가실장은 “탐구영역은 시사적 소재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문제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EBS 수능방송 어떻게 반영됐나=지문이나 주제 등을 EBS 방송 교재에서 그대로 반영한 문제가 많이 나오는 등 방송내용이 출제에 충실히 반영됐다는 반응이다.
EBS는 “언어영역에서 문학, 읽기 제재의 지문 자체가 EBS 교재 등에서 다뤘거나 문항을 약간 변형해 출제한 것이 많고 익숙한 소재와 내용이어서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유적 표현’을 설명한 언어 지문은 EBS ‘언어종합’에 수록된 문제와 내용, 유형이 일치했다. ‘별의 생성과 소멸’을 다룬 과학 지문은 ‘비문학독해’에서 다뤘던 내용.
현대시 ‘설일’(김남조)은 ‘언어종합’, ‘마음의 태양’(조지훈)은 ‘현대시 100선’, 현대소설 ‘엄마의 말뚝’(박완서)은 ‘출제유형분석’, 고전소설 ‘민옹전’(박지원)은 ‘언어 300제’와 ‘10주 완성’, 수필 ‘성산별곡’(정철)은 ‘고전문학 초이스’에서 나왔다는 것.
수리영역은 상당수의 문항을 EBS 수능 강의와 연계해 출제했다. 주기함수의 그래프와 정적분의 개념, 절대값 기호가 포함된 분수부등식, 확률분포에서 확률변수의 평균과 분산을 구하는 문제도 방송 교재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어영역에서 청소대행 업체에 관한 내용은 ‘10주 완성’ 지문과 흡사하고 홍수를 다룬 34번 문항은 ‘수능어휘특강’의 예상문제 지문과 마지막 단어 하나를 빼고 동일했다는 것.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방송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과 원리, 각종 지도, 도표, 통계자료, 사례 등을 활용했다. 그러나 교재의 본문과 문항을 외워 기계적으로 풀 수 있는 문항은 배제했다.
배문고 박모군(19)은 “언어는 EBS 교재의 지문이 나와 도움이 됐지만 쓰기문제 분량이 많아 시간이 부족했다”며 “수리는 수능방송 유형과 비슷했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원여고 강석준 수학교사는 “6월과 이번 모의평가 모두 EBS 강의가 충분히 반영됐고 난이도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수능 마무리 어떻게=지난해에도 9월 모의평가의 난이도와 출제경향이 실제 수능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모의평가 문제 유형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준별로 마무리 학습전략을 세워야 한다.
EBS 실전문제풀이 강의 가운데 자신의 수준과 능력, 지망 대학의 반영 영역 등을 고려해 적절하게 시청할 필요가 있다.
상위권 수험생은 언어와 외국어의 지문을 빨리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중하위권 수험생은 수리를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이나 기본 개념을 중심으로 예제 수준의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좋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2학기 수시에서 수능의 최저학력기준 등급을 요구하는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은 이번 모의평가의 점수가 낮은 영역에 공부를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정강정 평가원장 인터뷰▼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16일 “11월 17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교육방송(EBS) 강의 내용이 모의평가보다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실제 수능도 이번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로 보면 된다”며 “교과서든, EBS 강의든, 기출문제든 교과과정의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사고력을 측정하는 쪽으로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6월 모의고사가 끝난 뒤 학원 등 사교육 기회가 적은 농어촌이나 중소도시 학생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며 “실제 수능에서는 EBS 강의 내용이 더 많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수능 지원자 가운데 재수생수가 줄어들어 재수생 강세 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일부의 분석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